요즘 KBS 화면을 보면 이웃돕기 ARS 번호로 060-707-1070이 뜬다. 반면 SBS와 MBC 화면에는 060-700-1212 ARS 번호가 뜬다(사진 참조). 원래 공중파 방송 3사는 매년 12월1일부터 이듬해 1월31일까지 같은 번호를 방송해왔다. 바로 공동모금회 ARS 번호이다. 하지만 지난 11월29일 KBS는 임원회의를 열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아닌 대한적십자사로 모금 기관을 바꿨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원래 공동모금회와 방송 3사가 이웃돕기 캠페인을 해온 게 맞다. KBS에서 요청이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KBS 사회공헌부 관계자는 “공동모금회 사태 때문에 모금이 저조할 것 같아 이웃돕기는 대한적십자사와 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KBS는 12월 한 달간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연평도 주민 돕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KBS의 이웃돕기 ARS 번호(아래)가 대한적십자사로 바뀌었다. MBC(위) 등은 공동모금회 번호를 그대로 쓴다.

그러나 KBS의 ‘독자 행보’를 두고 복지 관련 단체의 시선이 곱지 않다. 대한적십자사 역시 지난 국감 때 아이티 구호성금 97억원 중 66억원을 정기예금에 묻어둔 게 드러나 한바탕 비난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굳이 KBS가 대한적십자로 모금 기관을 바꾼 배경을 두고,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공동선대본부장이었던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인규 KBS 사장은 대선 당시 언론특보였다. 사회복지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에게 ‘사인’이 가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가급적 대한적십자로 성금을 내라고 한다는데 무엇 때문이겠느냐”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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