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암으로 인한 유방절제 수술을 빌미로 지난해 9월 강제 전역당한 여군 헬기 조종사 피우진 예비역 중령. 이번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녀는 본의 아니게 군 내부의 차별과 불합리에 맞서 싸우는 ‘투사’가 됐다. 자신의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10월5일 판결을 앞두고 있는 피 중령을 만났다.   

군 전체를 놓고 보면 여군의 위상은 지금 어떤 수준인가.  군 내 여성 평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1호 여성 장군’ 양승숙 준장은 간호사관학교장이었다. 그런데 이 학교의 생도 수가 한 학년당 80여명밖에 안 된다. ‘80여명을 거느린 장군.’ 이게 바로 우리 여군의 위상을 말해준다.

군에서는 피 중령이 제기한 군 내 성차별 문제를 오히려 여성의 특수성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반박하는데. 

물론 보직을 좀더 편한 쪽으로 배려해달라고 요구하는 여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형평성이란 성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전투병과 등을 이수하지 못하면 진급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애초부터 여군에게 보직을 배제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결국 무엇이 바뀌어야 여군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가.   최근 몇 년간 제도상으론 양성평등이 많이 실현됐지만, 여전히 현장 부대에선 지휘관의 성향과 인식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 윗선 지휘관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여군의 위상이 높아질 때 군에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좀더 깨끗해질 것이다. 오랜 시간 남성 위주로 운영돼온 우리 군은 공사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 하루 종일 함께 지내는 탓에 상관이 부하를 자신의 도구처럼 부리는 경향이 있다. 난 우리 장교들이 의무를 이행하러 온 국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자발적으로 군에 들어온 여군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여군의 위상이 높아지면 군이 바뀐다고 본다.

전역처분 철회 행정소송 판결이 임박했는데. 올 5월에 나와 비슷한 사례로 승소한 사람이 있다. 남자 준위가 위암 때문에 전역 조처됐지만, 법원에서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하다며 손을 들어줬다.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 믿는다.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군에 복귀하게 된다면 뭘 하고 싶은가. 여군 차별을 없애고, 상관과 부하 간의 문화를 바꾸는 정책부서에서 일해보고 싶다. 일각에서는 여군 영관 장교까지 나서서 왜 군을 힘들게 하냐고 비판하지만 나는 여군과 국군의 미래를 위한 충정 외에 다른 뜻은 없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