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민주당 의원을 주먹으로 때려 또 한번 ‘괴력의 사나이’라는 인상을 남긴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의 활약상이 연일 화제이다. 

육사 36기로 육사 때 럭비 선수를 했던 김 의원은, 대통령실이 70억원 예산을 요청한 이명박 대통령 사저 경비시설 부지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실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25일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 이날 대통령실은 문제의 ‘직전 대통령 경호시설 건립 부지 매입비’로 70억원을 새로 요청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주변의 경비시설을 지을 땅값으로 200평 부지에 해당하는 예산(평당 3500만원 계산)을 요청한 것이다. 2012년 예산에 반영할 건축비 30억원은 빠져있다. 1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드는 경호시설에 대한 비판이 거셌는데, 이날도 김 의원은 특유의 ‘입심 괴력’을 발휘했다.  

박기춘 소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전임 대통령들의 경비시설 부지 매입비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박 위원장 등 야당 의원들은 “김영삼 대통령 경호시설 부지 매입비는 9억5000만원, 김대중 대통령은 7억원, 노무현 대통령은 2억5000만원을 책정했었는데,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라며 삭감을 주장했다. 

ⓒ뉴시스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09년10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같은 서울 지역인데 김대중 전 대통령 경호시설 평수는 69평인데 반해 이 대통령 경호시설 평수는 200평인 점을 지적하며 너무 크지 않느냐는 등 조목조목 따졌다. 대통령실 최찬묵 경호처 차장은 “논현동 땅값을 저희들이 알아보니까 평당 평균 3500만원 가량 된다. 경호시설물은 연건평 300평 규모이다. 용적률을 따져봐도 최소 200평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니 70억원 정도가 소요되지 않느냐”라고 답변했다. 박기춘 소위원장은 “내 지역구가 남양주인데 24평 오래된 아파트가 4000만원이다. (논현동) 한평에 3500만원이면 아파트 한 채 값인데. 이게 지금 국민 정서에 맞겠느냐”라고 따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나라당 의원들도 곤혹스러워했다. 김학용 한나라당 의원은 “이게 또 공교롭게도 하필이면 논현동 사셔 가지고 땅값이 비싸서 이렇게 참 나 원… 아니 이론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제가 봐도. 이게 단순 비교를 하게 되면 이게 또 참, 그거 묘하게 돼 있네”라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김성회 의원만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날 국회 속기록에 실린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 김 의원은 “그래서 우리가 이걸 뭐 어느 대통령 이것은 너무 정권, 뭐 누구냐를 떠나서 우리 대통령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넘버원인데 이걸 너무…”라며 일단 삭감 반대 소신을 폈다.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김의원은 다시 인심이라도 쓰듯  “그래서 부지 매입비 같은 것을 조금 깎을 수 있어요. 조금. 부지 매입비 한 10억 정도?”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제공

이에 대해 박기춘 소위원장 등 야당 의원들이 10억원 삭감은 말이 안 된다며 50% 삭감을 계속 주장하자 진영곤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지금 기왕에 가지고 사시던 그 장소 자체가 지금 대지 땅값이 비싼 지역이기 때문에 그걸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거주하도록 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화살을 피해가려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이 “내가 봐도  그 말은 타당하다고 보고 그래서 이것은 우리가 좀 큰 마음을 가지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거를 정말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이걸 뭐 우리가 나중에 민주당이 혹시 다음 정권에…똑같은 거예요”라며 횡설수설하듯 말하자, 박기춘 소위원장이 “정권하고 상관없는 거지 뭘 똑같아? 어떻게 정권하고 그걸…”이라며 쏘아붙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이 이 안건을 소위원회에서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로 넘기자고 제안했다. 이진복 의원은 “개인적으로 생각해도 이 부분은 엄청난 저항을 받을 수 있다”라며 70억원 경호시설 예산안 처리를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성회 의원은 ““아니, 이게 무슨 국민의 저항이 오냐고 이거 가지고, 나는 이해가 안되네. 무슨 그런 말을 해요”라며 같은 한나라당 의원을 타박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부지 매입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예비비로 지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 30억원을 삭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회의 중간에 박기춘 소위원장은 “김성회 의원은 항상 문제 있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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