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에서 “결혼하면 직장 생활은 어떻게 할 거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면, 아마 당신은 여성일 가능성이 크다. 구직 과정에서 여성 네 명 중 한 명이 겪는 성차별의 대표 사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남자만 뽑는다는 이유로 이력서조차 내지 못한 여성(24%)도 많다.

김신혜정 한국여성노동자회 교육부장(28)은 ‘청년층 여성들의 노동과 삶 실태’를 지난 11월30일 발표했다. 지난 8월부터 두 달여 동안 만 18~33세 여성 노동자 1317명의 삶을 들여다봤다. 전국의 여성단체에 설문지를 보냈고, 서울 홍익대 근처 등지에서 직접 설문도 받았다. 여성노동자회가 이른바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젊은 여성들의 노동 현실을 따로 떼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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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인 그녀는 신노동 취약층으로 떠오른 자신과 친구들의 얘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녀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에서 일한 적이 있다. 남자 직원들 틈에 여직원을 앉히고 고기쌈을 싸서 먹여주라는 식의 회식 문화에 경악한 뒤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그러나 그녀도 안다. 자기처럼 사표를 던지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그래서 또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는 일부터 시작했다. 비수도권 지역 아르바이트생의 절반은 최저임금(시간당 4110원)도 받지 못했고, 60%는 자신이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조차 몰랐다. ‘20대 여성의 노동시장 생존 표류기’를 공론화한 그녀는 또 한 번의 심층조사와 노동 교육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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