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티콤 〈웰컴 투 가오리〉

촌티 제대로인 시트콤이 성황리에 방영 중이지만 서울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촌티 나는 코미디’라는 의미에서 ‘촌티콤’이라 이름 붙여진 KNN(부산·경남 지역 민영방송)의 〈웰컴 투 가오리〉는 구수한 입담으로 지방 시청자들을 끌어 모은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시킨 ‘촌티콤’의 무대는 팔도군 수상면 가오리. 가오리라는 이름은 ‘가는 사람 안 붙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이 이장의 바람둥이 장남과 결혼했다며 마을에 등장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다문화가정 등 농어촌 지역에 있을 법한 일로 스토리가 꾸려지는데, 중간에 ‘할매’ 세 명이 나와서 밑도 끝도 없는 만담을 나누며 시청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KNN이 제작하고, 9개 지역 민방에서 방영하는 이 촌티콤에는 고인범(경상도)·진운성(충청도)·최준배(전라도)·김말숙(강원도)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연극인·방송인이 출연한다. 서울에서는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tv.knn.co.kr/com).

허클베리핀 〈Yellow Masquerade〉

실력 있는 밴드이면서, 동시에 홍대 앞의 바 ‘샤’와 ‘샤인’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허클베리핀이 정기 공연을 연다. 2008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받은 허클베리핀은 2004년부터 〈옐로 콘서트(Yellow Concert)〉라는 공연을 매년 열고 있다. 〈옐로 매스커레이드(Yellow Masquerade)〉라 이름 붙인 올해 공연의 테마는 가면이다. 관객들 모두 가면을 쓰고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관객들에게 가면을 씌우는 이유는 ‘익명’과 ‘공존’을 경험케 하기 위해서이다. 나이·성별·외모에 상관없이 공연을 최대한 즐겨보라는 것이다. 이 흥미로운 경험을 기다리기 심심한 분들은 이들의 라이브 앨범 〈6years of Live History〉을 들으면서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12월11일, KT상상마당).

〈시크릿 가든〉 김주원(현빈)

역시 여자의 마음은 갈대 같았다. ‘성스(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본방 사수를 외치며 ‘걸오앓이(걸오 역의 유아인을 좋아하는 현상)’를 하던 것이 엊그제인데, 벌써 대세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SBS)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 현빈으로 이동했다. 까도남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보다 한 레벨 위의 남자란다. 현빈이 연기하는 김주원은 뼛속까지 재벌 2세, 오만함의 결정체, 얼음왕자다. 훤칠한 훈남이 미국 명문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외할아버지에게 백화점을 물려받았다. 이탈리아에서 40년 동안 트레이닝복을 만든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놓은 트레이닝복만 입는다. 백마 탄 명품족 테리우스다. 그가 ‘과거 있는 남자는 용서해도 잽이 느린 남자는 용서 못하는’ 스턴트우먼(길라임·하지원)을 사랑하다 영혼이 뒤바뀐다는 황당한 이야기인데, 여성 시청자들은 기꺼이 그 환상 속에 빠져든다.

서울독립영화제 〈毒립영화 맛좀볼래〉 

독립영화의 비전을 제시하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린다. 올해의 슬로건은 ‘毒립영화 맛 좀 볼래’다. 관객들에게는 톡톡 쏘는 독립영화의 참맛을 보라는 초대의 의미이고, 독립영화를 탄압한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독립영화인들의 독한 맛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의 뜻이다. 독립영화인들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영화제를 만들었다. 정부 지원 없이 행사를 치른 것이다. 상금과 영화제 규모는 줄었지만 열기는 식지 않았다. 관객이 할 일은 독립영화를 맘껏 즐기는 것이다. 총 44편의 영화(단편 33편, 장편 11편)가 스크린 열전을 벌인다(12월9~17일, 서울 상암CGV).

〈생명·평화 그리고 꿈 展〉

신영복·임옥상·박재동·이철수…. 이름만으로도 든든해지는 중견 작가들이 뭉쳤다. 생명과 평화와 그리고 꿈을 위해서. ‘편안하게 밥 걱정 안 하고, 누가 누구를 죽이고 살리는 싸움 걱정 안 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서 신영복의 글씨와 임옥상의 그림과 박재동의 삽화와 이철수의 판화(위)를 한데 전시한다. 이들은 말한다. “네 손은 내가 잡고 내 손은 네가 잡고 함께 가자 우리 새날을 향하여”(신영복) “그림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 그림은 그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예술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위해 예술을 행위한다”(임옥상) “우리 동네 박스 줍는 할머니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한결같이 같은 곳에서 박스를 묶고 있다. 나의 그림도 저렇게 쌓이기를, 그래서 무언가가 익어가기를…”(박재동) “절망의 절반은 바깥세상에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우리 마음속 희망으로 있다고 믿으시길…”(이철수). (11월30일~12월6일, 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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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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