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서울 독립문 근처에 있어 독립공원 안에 있는 서대문형무소로 가끔 산보를 간다. 사형집행장은 언제 봐도 으스스하다. 지금은 ‘도시 불청객’ 비둘기나 가끔 올라가는, 집행장 한쪽에 있는 버드나무에 예전엔 구슬피 우는 진귀한 새가 목격됐다. 서대문 징역꾼과 형무관들 사이에 전설처럼 구전되는 그 새는 ‘봉암새’ 또는 ‘죽산조’라고 불렸다.

1959년 7월31일 재심청구가 기각된 바로 다음 날 사형을 당한 죽산 조봉암의 넋을 기린 설화 같은 얘기이다. 사법살인 1호로 기록되는 진보당 당수 조봉암 사건을 두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2007년 ‘반인권적 정치탄압’이라며 재심을 권고했다.

최근 대검이 재심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냈다. 대검은 ‘재심 권고는 역사적·주관적 가치판단에 따른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았다고 한다.

검찰은 그동안 경찰·군·법원과 달리 과거사 반성 무풍지대였다. 원래 그렇고 그런 기관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인 탓인지 ‘견찰’이라는 비난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신 삼성 떡검이니 스폰서 검사니 구린내가 풀풀 날 때는 과거의 잘못된 문화라는 궤변으로 어물쩍 넘어갔다.

과거사 무풍지대에 놓이기는 검찰뿐 아니라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족벌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우연인지 조봉암 사형집행에 서명한 법무부 장관이 바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아버지(홍진기)이다.  

ⓒ연합뉴스죽산 조봉암 선생 50주기 추도식.

검찰 개혁은 더딘데 놀랄 만한 속도를 내는 분야가 있다. ‘가카’의 엄명이 떨어졌는지 광화문 복원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부실 복원 논란에 휩싸였다.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에 맞춰 완공 시점을 3개월 앞당기더니 또다시 8월15일로 당겼다. 문화재 복원이 불도저로 밀어붙이는 경부고속도로 공사도 아닌데, 광화문 현판을 썼던 ‘박통 스타일’도 함께 복원됐다고 누리꾼들은 한탄했다.

광화문뿐 아니라 4대강 공사는 ‘남한판 천리마 운동’으로 승화했다. 공사 현장에 군인을 투입한 데 이어 영산강 현장 인원들은 링거까지 맞아가며 밤샘 공사를 한단다.

한반도 운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은 밖에서 사심을 살짝 내비쳤다. 파나마 운하를 둘러본 이 대통령은 “글쎄 말이야…운하가 이 나라(파나마) 경제에…”라며 여운을 남겼다. 복선을 감지한 누리꾼들이 예언하기를, ‘아! 영명하신 가카의 영도 따라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목표로 한반도 운하 혁명 위업의 달성도 멀지 않았다.’ 정말? 이 불길한 기시감은 어찌할꼬.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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