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당선자(민주노동당)는 ‘수도권 첫 진보정당 기초단체장’이라는 달콤함도 잠시 요즘 선거운동 기간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잠도 줄었다. 인수위원회를 꾸려 구정 업무 파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진보정당이 구정을 맡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남동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계속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선거 때 보다 더 피곤하다(웃음). 오후에도 업무 보고가 있다. 구정 업무 파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진보정당 출신의 구청장이라 공무원들이 긴장하지 않나
당선되는 날부터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공무원을 만날 때마다 “우려와 기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잘 하겠으니 우려는 하지마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인사는 취임 전후에 없을 거라고 안심시키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가 인사이다 보니 이 점을 강조한다. 인사는 취임하고 충분한 업무 파악을 한 다음에 할 생각이다. 

ⓒ시사IN 안희태강기갑 민노당 대표로부터 수도권 첫 진보단체장 축하를 받는 배진교 당선자.
행정 경험이 없어서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있지 않나
행정이라는 게 실무를 뜻하는 건데, 내가 실무를 하러 (구청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 전체적인 구정에 대한 방향, 그리고 중점 사업에 대한 초점, 구민과의 소통 등과 같은 게 주요한 나의 일이다. 주요 업무 파악만 된다면 (구정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본다(배 당선자는 인천대 운동권 출신으로 지난 10년 동안 인천대공원유료화반대, 친환경무상급식 추진 등 지역사회 운동을 펼쳤다).

구청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할 일을 꼽으면?
취임식 후에 노인회 임원 분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에 복지관을 방문할 계획이다.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게 소통이다. 민원이 제기되는 곳에 직접 찾아가서 여러 이야기를 듣겠다. 워낙 ‘소통하는 구청장, 찾아가는 구청장’을 강조하다보니 이제 구민들도 다 안다. 오늘 오전에 사립 어린이집 간담회를 했는데, 한 구민이 그러더라. 소통을 그렇게 강조하면 구청이 붐벼서 일 못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그랬다. 현장에 있을 거기 때문에 구청에 오면 나를 못 볼 거라고(웃음). 

무상급식, 무상예방접종 등 선거 때 내걸었던 인천 남동구 판 ‘무상교육 무상의료’ 준비는?
0~6세 아이들에게 무료로 예방 접종 주사를 놓아주겠다는 건 연간 9억원이면 가능하다. 남동구 1년 예산이 4천억 정도다. 친환경 무상급식 공약도 송영길 시장 당선자와 후보자 시절 맺어놓은 정책협약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정책 실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예산 확보다. 예산만 있으면 삶에 와 닿는 정책을 많이 실행할 수 있다. 

ⓒ시사IN 안희태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당선자는 "0~6세 아이들에게 무료로 예방 접종 주사를 놓아주겠다는 건 연간 9억원이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진보정당 소속 구청장과 남동구에 있는 공단의 기업주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아무래도 경영자들은 불안해하지 않겠나. 자주 만나서 소통할 생각이다. 취임 전에도 22일, 29일 간담회가 두 번 잡혀 있다. 거기 가서 이렇게 이야기할 생각이다. 경영자와 구청장은 공동의 목표가 있다. 남동공단을 활성화시켜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다만 그 동안 그런 논의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것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충분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고, 공론화 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노동자와 경영자가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이다. 

야권 연대가 이뤄진 인천에서도 공동지방정부가 실험이 이뤄진다. 연합정치는 계속 될 거라고 보나?
매번 2~3% 득표하는 정당이 국민들에게 어떤 대안이 될 수 있나.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서 보여주는 것 말고는 없다. 국회에서 떠들어봤자 우리 의원들 수로는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집권을 해봐야 실험도 하고 의미도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천의 선택은 잘 한 것이다. 또 우리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꼴통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자기들 기득권을 버릴 줄 도 아는구나”라고 봐주신다. 이러한 평가와 더불어 국민들이 당선된 의원들의 활동을 보면서 진보정치에 대해 알 게 되면 상당히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 2012년에도 이런 효과가 날 건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국민들이 민노당을 보는 시각을 바꾸었다는 것 만으로 엄청난 거다. 

사무실 들어오는 길에 호남향우회에서 보낸 화한이 눈에 띄더라.
호남향우회는 민주당 성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 5번 선거를 치르면서 이렇게 전면적으로 (그쪽에서) 도와준 적은 처음이다. 결국 야권단일화의 힘이다. 그러나 야권단일화만으로 당선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우리 내부의 힘이 쌓여서 야권단일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은 울산을 제외하면 가장 안정적으로 당 지지율이 나온 곳이다. 10% 내외였다. 또 4전5기 출마를 하면서(배 당선자는 국회의원 선거에 3번, 구청장  선거에 2번 도전했다) 꾸준히 텃밭을 가꾸어온 후보가 없었다면 단일화의 혜택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선거에 계속 나오는 게 답은 아니다. 출마할 때마다 조직 내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외연을 확대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구민들이 2006년에 인천대공원 유료화 반대 운동을 가장 많이 기억해주신다. 재보궐 선거 직전에 대공원 유료화 정책이 철회되었고 그때부터는 (내 출마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더라. 그런 경험이 다 밑거름이 되었다. 

구청장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소통이 시작과 끝이 되는 구청장이 되겠다. 소통하지 못한다면 어떤 진보적인 정책도 성공하지 못한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보다 주민들과 스킨십 할 기회가 더 많다. 삶에 와 닿는 정책을 내놓기 때문이다. 작지만 피부에 느껴지는 정책으로 구민을 감동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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