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일 미국에서 첫 판매가 시작된 이래 지구촌에 끊임없는 화제를 제공하는 아이패드. 발매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아이패드 열기를 한번 되짚어보자.

필자는 발매 당일 토요일 오전 일찍 인근 애플스토어에 나가 줄서서 아이패드를 구매했다. 단 한 시간이라도 더 일찍 만져보고 싶었고 금세 매진될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그날 오전 이후에는 줄 설 필요 없이 바로 아이패드를 구매할 수 있었다. 언론이 열기를 과장했던 것 아닌가, 약간 신기한 전자제품이 또 하나 나온 것 정도가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써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판매 가속도가 더해지는 ‘애플 제품의 법칙’이 아이패드에도 적용됐다. 일주일 뒤에 보니 대부분의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패드가 품절됐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해야만 구입할 수 있었다.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뜨거워졌다. 직접 사용해본 얼리어답터의 리뷰가 이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아이패드 구매를 결심하게 됐다. 품귀 사태는 계속 이어졌으며 급기야 애플은 아이패드의 미국 수요를 맞출 수 없어 해외 발매를 한 달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아이폰을 통해 애플의 매력에 눈을 뜬 한국 지인들이 아이패드 구매대행 요청을 해와 애를 먹었을 정도다. 우리 회사에도 아이패드를 구매한 직원이 하나 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플은 3G 버전 아이패드를 발매하기 직전 아이패드가 28일 만에 10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100만 대 판매 돌파에 74일이 걸렸던 것을 보면 놀라운 속도다.

ⓒReuter=Newsis첫 발매일인 4월3일 아이패드를 구입한 소비자가 기뻐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1500만 대 판매?

5월27일 영국·일본 등 8개국에서 아이패드 판매를 개시한 며칠 뒤 애플은 아이패드가 20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발매 60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판매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미친 듯이 팔린다” “핫케이크처럼 팔린다”라고 아이패드의 무서운 성장 속도를 묘사했다. 예상을 휠씬 뛰어넘는 이 같은 놀라운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성공 이유는 아이패드가 소수의 얼리어답터가 아닌 대중을 겨냥한 ‘사용하기 쉬운’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최초의 ‘쉬운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의 광고에서 말하듯 받아드는 순간 ‘이미 사용하는 법을 나도 모르게 알고 있는’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인이 “아이패드가 생활 속에 완벽하게 녹아들어갔고 가족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라고 말한다.

처음에 아이패드에 부정적인 리뷰를 썼던 유명 블로거 프레드 윌슨 씨는 “나는 아이패드와 사랑에 빠졌다”라고 자신의 기존 생각을 번복하는 글을 썼다. 그는 “아이패드는 내가 그동안 소유했던 어떤 기기보다 덜 컴퓨터 같은 컴퓨터이다. 이런 태블릿 컴퓨팅이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썼다.

사실 무서운 점은 아직 아이패드가 100% 실력 발휘가 안 됐다는 점이다. 이제 겨우 워밍업을 한 단계다. 20만 개가 넘는 앱(애플리케이션)을 가진 아이폰에 비해 아이패드 전용 앱은 아직 5000개 밖에 안 된다. 와이어드 앱이 막 발표되어 5달러나 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2만4000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출판·잡지·신문업계는 이제 아이패드에 본격 적응하기 시작했다. 모바일의 최고 인기 앱인 페이스북이 아이패드 전용 앱을 내놓는 순간 아이패드의 경쟁력은 또 쑥쑥 올라갈 것이다.

아이패드의 올해 예상 판매량은 낙관적으로 볼 때 800만 대 수준이었지만 애플이 공급만 충분히 해줄 수 있다면 연말까지 1500만 대도 판매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아이패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며 빨리 성장한 소비자 제품(Consumer Product)이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컴퓨터 같지 않은 컴퓨터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갈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기자명 임정욱 (미국 라이코스 CEO)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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