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부산대 83학번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1986년 총학생회장 시절 학내 시위로 구속 중 변호인으로 나선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송인배 전 사회조정 비서관, 최인호 전 청와대 부대변인과 함께 노 대통령의 ‘부산파 386’ 참모 3인방으로 통한다.

정 전 비서관은 2002년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실무활동을 하다 동료인 이광재·안희정씨가 청와대로 들어간 것과 달리 부산행을 택해 사상 을구에서 17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국무총리실 민정2비서관,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거쳐 지난 8월10일 사표를 내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는 정홍섭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장이 총장으로 있는 부산 신라대학 국제관계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내년 총선 출마 준비를 하려던 중 이번 사태를 맞았다.

정윤재씨의 김상진씨 비리 연루는 비슷하게 내년에 이 지역 출마를 노리고 있는 부산파 386세대 정치인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정씨가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둔 9월12일 이정호 전 시민사회수석이 부산 연산동에서 정씨와 함께 만나 대책을 숙의한 것도 그런 위기의식을 대변한다.

노 대통령, ‘노의 남자’ 키우기

민감한 시기에 두 사람이 만난 데 대해 이 전 수석은 “정 비서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위로 차원에서 만난 지극히 사적인 자리였다”라고 해명했지만 때가 때인지라 검찰 수사 대응과 정치적 반격을 노린 대책회의 자리였다는 의혹을 샀다. 이정호 전 수석 역시 내년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두 사람 외에도 노무현 정권 후반 들어 대거 청와대에 영입됐던 부산파 친노 386 인사들은 최근 속속 낙향해 출마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최인호 전 청와대 부대변인은 해운대 기장갑 지역구에서, 전재수 전 부속실장은 부산 북·강서 갑구에서, 송인배 전 사회조정 2비서관은 양산에서 각각 표밭갈이에 들어갔다. 이 밖에도 부산외대 출신 박재호 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부산 남구를 겨냥하고 있다.

부산파 친노 386의 대거 낙향과 내년 총선 준비는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후 구상과 무관하지 않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한나라당이 싹쓸이해온 부산·경남 지역에 자신의 세력을 투입해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노 대통령 자신도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에 내려가 사회활동을 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부산 출신 386세대를 대거 청와대와 정부 주변 기관에 불러올린 것이 18대 총선 대비용 경력 쌓아주기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왔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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