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정치인의 철새 행각 중에서도 김혁규 전 의원(왼쪽)의 변신은 가장 극적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철새 정치인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 진영에서 갑자기 정몽준 후보 진영으로 날아든 김민석 전 의원이 욕을 도맡아 먹었던 적이 있다.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여러 철새 정치인이 등장해 욕을 나누어 먹고 있다는 정도다.

같은 철새 정치인으로 불리지만 이들을 나누어 부를 필요가 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멀리 날아든 철새가 있는가 하면 살아남기 위해 가까운 둥지에 날아든 철새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멀리 날아든 철새로는 김혁규 전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 친노 정치인이었던 김 전 의원은 전격적으로 이회창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김 전 의원의 변신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열린우리당 사수를 끝까지 주장했던 그는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하지 않고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했다.

‘햇볕 전도사’를 자처했던 그는 “정체성과 뜻이 이회창 후보와 가장 맞다. 지금 대선 후보로 뛰고 있는 후보 가운데 이회창 후보가 도덕성과 정직성, 애국심 등의 면에서 최고라고 평가한다”라고 지지의 변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의원의 변신에 대해서 ‘결국 고향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라고 평가한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경남 도지사에 발탁된 이후 그는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당적으로 3회 연속 민선 도지사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출신 중에서는 진대제 전 장관도 멀리 날아든 철새로 꼽힌다. 참여정부에서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최장수 장관이었고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경기 도지사 후보로도 출마했던 진 전 장관은 “이번 대선은 물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기업경영의 성공 경험이 있는 CEO 출신이 국가 지도자가 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진 전 장관의 이런 철새 행각이 삼성그룹 측의 사주를 받은, 이른바 ‘삼성 기류’를 탄 철새 행각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2008년 총선 앞두고 다양한 이합집산 나타나

김혁규 전 의원과 진대제 전 장관의 철새 행각에 비해 존재감이 덜한 탓인지 대통합민주신당 강길부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이나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이 이명박 캠프에 합류한 것은 상대적으로 비난을 덜 받았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으로부터 16번이나 고소 고발을 당했던 장전형 전 민주당 대변인이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역시 정치권의 관심 밖이었다.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이회창 캠프로 옮긴 곽성문·김병호 의원은 ‘생계형 철새’로 분류할 수 있다. 술자리 폭력 파문과 선거법 위반 재판에 연루되어 있는 이들은 내년 총선 공천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에서 이회창 캠프로 옮긴 안동선·이윤수 전 의원도 ‘생계형 철새’로 분류가 가능하다. 이들은 자기가 지지했던 조순형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근거가 없어져 새로운 둥지가 필요했다.

보수 인물로 꼽혔던 이장춘 전 외무부 장관이 정동영 후보 지지 연설을 한 것은 ‘충동형 철새’ 행각으로 꼽힌다. 이명박 후보의 BBK 명함을 폭로했던 그는 이 후보가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이 내용을 다시 언론에 알리기도 했다.

‘거물 철새’의 행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 비록 지지 철회를 하기는 했지만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고 한나라당과 맞섰던 정몽준 의원은 이명박 지지 선언을 해서 궤도를 이탈했다. 이 번 대선에서 그의 움직임에는 별다른 비판이 없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표와 차기 대권을 놓고 각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