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익개성공업지구 그린닥터스 협력병원에서는 남측·북측 의료진이 ‘따로 또 같이’ 남북한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한다.
‘2·13 합의’ 이후 개성공단(정식 명칭은 개성공업지구)이 활기를 띠고 있다. 얼마 전 본 단지 입주 업체 선정도 많은 기업의 참여 속에 마무리되었다.

개성공단에는 1만6천명의 근로자(북측 1만5천여 명, 남측 8백여 명)를 위한 다양한 지원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관리위원회·식당·은행·소방대·상점은 물론, ‘개성공업지구 그린닥터스 협력병원’(협력병원)도 있다.

지난 2005년 1월8일 문을 연 협력병원은 의료선교단체 ‘그린닥터스’가 운영하는 의원급 소규모 무상 진료 기관이다. 병원은 지난해 말부터 별개로 운영되던 북측의 진료소와 통합해 ‘남북 협력병원’이 되었다. 1백 평가량 되는 건물의 동쪽에서는 원칙적으로 북측 의료진이 북측 환자들을, 서쪽에서는 남측 의료진이 남측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그리고 가운데 공간에는 남북이 함께 사용하는 방사선실과 작은 수술실이 있다. 이 병원의 진료 장비와 의약품은 대부분 그린닥터스와 남측의 개인·단체·기관들에서 제공받은 것이다. 북측 의료진의 월급도 그린닥터스가 지불한다. 진료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만, 남북 의료진이 수시로 진료와 병원 운영에 대해 상의하고, 필요할 경우 협진을 하고 있다. 남북 의료 협력사업이 이제 10년의 역사를 헤아리게 되었지만, 이런 식의 협력은 처음 있는 일이다.

환자 수 2백여 명, 북측이 훨씬 많아

공단 근로자 대다수가 북측 사람이어서 환자 수도 북측이 훨씬 많다. 하루에 북측 환자는 1백70명 내외이고, 남측 환자는 30명가량 된다. 주로 찾는 환자는 감기 등 감염병과 소화기 질환 환자들이다. 외상·근골격계 질환자, 안과·치과 질환자도 종종 병원을 찾는다. 부인과 질환자도 적지 않으며 임부들도 산전 관리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

북측 의료진으로는 림홍배 소장을 비롯해 내과 의사 4명, 외과 의사 3명, 산부인과 의사 1명, 간호원 4명 등 12명과, 행정 지원 인력 2명이 일하고 있다. 남측의 상근 의료진은 김정용 원장, 김주윤 행정팀장, 박규천 응급구조팀장, 김성용 간호조무사와, 북측 사람이지만 남측에서 근무하는 2명의 간호원(오른쪽 딸린 기사 참조) 등으로 단출하다. 그 밖에 내과·안과·정형외과·치과 등 남측의 여러 분야 전문의 20여 명이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자원봉사 진료를 한다.

초기에는 그린닥터스 본부에서 파견한 의사들이 두세 달씩 순차적으로 근무했지만, 2005년 12월부터 김정용 원장이 상근하면서 병원 업무가 안정되고 있다.

김정용 원장은 “개성공단 병원의 의의는 무엇보다 남북 협력 진료의 본보기라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또 무상 진료를 통해 의료인이 수입을 생각하지 않고 의료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다는 점과, 남측 의료진이 대가 없이 자원봉사를 해서 북측에 감동을 주고 있다는 점도 성과로 꼽을 만하다.

김원장은 앞으로 의료 수요가 커져 (1년 뒤면 근로자 수가 5만명으로 늘어나 지금의 3배 이상이 된다) 병원을 확장할 경우, 지금의 병원을 중심으로 해야 하며, 별도의 병원을 세우더라도 앞에 말한 세 가지 조건이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원장과 박규천 응급구조팀장은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설비를 시급하게 보강하고, 환자 이송 문제를 당장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가 얼마 전에 목격한 바로는 이송 요청을 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실제 이송을 할 수 있었다. 이는 이른바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 중 통행 문제 탓인데, 10월에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조속히 개선되기를 바란다.

기자명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 다른기사 보기 .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