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닮고 싶은 뒷모습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기 마련이다. 대개 그런 뒷모습은 영화에 나온다. 거액의 유혹을 뿌리치고 쿨하게 뒤돌아 사라지는 주인공의 뒷모습이거나,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며 옷깃을 세우고 담배 한 모금 내뿜으며 멀어지는 사나이의 뒷모습이거나, 아니면 일말의 두려움도 내비치지 않으며 예정된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거친 갱스터의 뒷모습이거나.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로망과 기어이 도달하고 싶은 야망 사이, 삼삼하게 눈앞에 어른거리는 수많은 뒷모습 위로 관객들 밤잠 설치게 만들 근사한 뒷모습 하나 더 툭 던져놓는 영화가 있다. 통기타 하나 둘러메고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어느 포크 록 뮤지션의 제대로 ‘간지나는’ 뒷모습. 영화 〈원스〉다.

배경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거리 뮤지션 ‘그’가 있다. 어느 날, 우연히 ‘그’의 노래에 감명받은 체코 이민자 ‘그녀’가 말을 걸면서 영화는 흔해빠진 로맨스처럼 시작된다. 함께 거리를 걷고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그러다 어느덧 사랑이 싹트는 두 사람. 하지만…정말 싹만 튼다. 그 흔한 키스 한 번 나누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품은 연정을 함께 밤새워 음반 하나 완성하는 열정으로 치환해가면서 영화는 흔해빠진 로맨스의 혐의를 슬그머니 벗어버린다.

감독 존 카니는 아일랜드 록 밴드 더 프레임스(The Frames)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던 1990년대 초반 리드 보컬 글렌 한사드와 친구가 되었다. 그때 인연으로 〈원스〉의 영화음악을 부탁하려다 한사드와 함께 음반을 낸 뮤지션 마르게타 이글로바를 여주인공으로 추천받고, 내친 김에 아예 한사드를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기에 이르렀다. 감독부터 주연 배우까지 모두가 뮤지션 출신인 저예산 인디 영화는 그래서 ‘노래하는 사랑 영화’인 동시에 ‘사랑하는 노래 영화’로 완성됐다. 현대판 음유시인의 자유분방 ‘보헤미안 랩소디’에 오매불망 ‘사랑의 세레나데’ 한 곡조 끼워넣은 아일랜드산 어쿠스틱 인디 로맨스. 2007년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수상으로 이미 그 짠한 여운을 인정받았다.

기자명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