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풍부한 통계 자료와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계층과 관련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차분하게 조망한다. 227쪽의 짧은 분량 안에서 그 조망의 범위는 매우 넓다. 양극화, 중산층, 자영업주와 임금 근로자, 동네 슈퍼, 교육 불평등, 강남, 상류사회, 빈곤, 주거, 농어촌 문제, 사회적 소수자와 주변인 등.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 대부분을 망라한 셈인데, 이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계층 문제와 상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은 양극화 문제.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상위 소득계층과 하위 소득계층 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그러나 저자는 이것을 ‘계층 양극화’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양극화란 중간이 공동화되고 소수를 제외한 다수가 하위 계층으로 전락하는 구도인데, 적어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구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그럴 위험성은 있다 해도). 소득계층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다. 양극화나 중산층 개념 자체가 모호한 셈이다.

그럼에도 중산층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사회적 안정의 기초로 인식되기 때문이며, 저자는 중산층의 폭을 넓히고 튼튼하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계층 간 격차 해소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기보다, 취약 계층의 삶의 질 향상이나 빈곤 퇴치에 무게를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어느 정도 못사는가’라는 상대적 잣대가 아니라 ‘내가 어느 정도 생활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라는 절대적 기준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판자촌과 타워팰리스.

‘경제적 세습 고리’ 약화시켜야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해 저자는 현재의 입시 제도가 ‘있는 집’ 자녀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대학 신입생의 가정 배경이나 출신 고교에서 잘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사회학적으로 말하면 업적적 지위인 교육적 성취가 귀속적 지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예컨대 2000~2009년까지 가장 많은 서울대 합격자를 낸 10개 고교 중 일반계 고교는 단 1개 (그것도 서울 강남에 위치한)에 불과했다.

저자는 어떤 제도,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더라도 추첨식으로 뽑지 않는 한 교육 기회의 계층별 차별성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성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생들의 잠재적 소질과 능력을 찾아내 선발해도, 그것이 곧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는 방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정부 및 민간기업의 채용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는 것, 시장경제질서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적 세습 고리를 약화시키는 것을 근본 처방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가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게 회복할 기회를 주는 것, 요컨대 단판 승부가 아닌 패자부활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의 미덕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관점 차이를 일단 접어두고 일종의 중도 입장에서 문제와 현실을 ‘설명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좀 더 깊이 생산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발제(發題)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