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사태’와 관련해 경향신문 내부의 자정능력이 돋보인다.

필자는 경향신문을 정기구독한다. 한국에서 양심적인 매체라고 생각하는 언론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이 정기구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구독료 1만5000원을 지로로 납부한다. 그리고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매월 회비 1만원을 낸다. 한국 언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언론시민단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마포공동체라디오에 매월 회비 5000원을 자동이체한다. 소규모지만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네 라디오방송의 필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한겨레와 〈시사IN〉 〈한겨레21〉도 정기구독하고 싶다. 이들 매체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괜찮은 매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정기구독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건, 필자가 받는 월급으로 이들 매체를 모두 정기구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길게 꺼낸 이유는 최근 경향신문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삼성을 비판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칼럼이 실리지 않으면서 경향신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경향에 쏟아지는 비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향마저 자본권력 삼성에 굴복하는가”로 정리된다. 이 같은 비판이 온당한가? 그렇다. 그동안 정치와 자본권력에 대한 경향의 논조 등을 생각하면 충분히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런 점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경향에 쏟아지는 비판에는 정작 핵심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핵심이 ‘비판만 하고, 실천에는 무관심한 소비자들’이라고 생각한다.

비판만 하고 실천에는 무관심한 소비자들

김상봉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이번 경향신문 논란은 “현재 이 땅의 진보 언론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의 원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이제 ‘독립 언론’ 경향에서마저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비판하는 기사나 칼럼을 접하기 어렵다고 개탄한다. 맞다. 그게 한국 언론이 당면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언론만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상당한 책임이 있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소비자들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해법은 의의로 간단하다. 많은 언론 소비자가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매체를 정기구독해주면 된다. 광고 비중을 줄이고 독자들의 구독료로 운영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첫걸음은 바로 그 매체를 구독하는 것이다. 정기구독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지만 그것 없이는 결코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언론 소비자인 여러분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경향을 비판하는 여러분은 어떤 신문을 정기구독하는가. 뉴스는 모두 인터넷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최소한의 독립 언론에 필요한 재원확보 마련에는 무관심하면서 정치와 자본권력에 당당히 맞서라고 소리만 지르는 건 아닌가. 지난 몇 년간 경향신문에 삼성 등이 광고를 거부하면서 재정 압박이 상당했을 때 언론 소비자인 여러분은 무엇을 했는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경향신문 내부에서 아무런 비판이 없었다면 ‘경향을 위한 변명’ 따위의 글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향의 젊은 기자들이 사내에 항의 대자보를 붙이고 “삼성에 대한 편집방침이 무엇인지 밝혀줄 것”을 경영진과 간부들에게 요구하는 걸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경향은 아직 내부 자정능력이 있는 언론사이고, 그런 언론사는 비판 이전에 격려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향신문 기자들이 총회를 개최한다. 그 결과와 상관없이 언론 소비자의 문제는 계속 남을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김상봉 교수의 지적처럼 “경향신문을 비난하기보다는 도리어 진정한 독립 언론의 길을 걷도록 더 열심히 돕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 경향신문을 비판하는 것에 그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에세이스트 김현진씨의 말처럼 “가장 강력한 연대는 입금”이다.

기자명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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