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메작가’와 그의 심드렁한 팬 ‘금보’는 서로 사랑했다. 그래서 결혼했다. 신혼여행도 떠났다. 동남아로? 유럽으로? 아니, 자전거로.

만화가 메가쑈킹씨(본명 고필헌·37)가 2007년 4월 전통혼례로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 윤혜영씨(34·일러스트레이터)와 떠난 ‘자전거 신혼여행’ 이야기가 만화책 〈탐구생활 혼신의 신혼여행〉으로 나왔다. 말 많고 탈 많은 신혼여행은 〈애욕전선 이상 없다〉와 〈탐구생활 1·2학기〉처럼 유쾌한 말장난으로 웃음을 주는 고씨의 만화 스타일로 담아내기 딱이었다. 서로를 ‘메작가’와 ‘금보(헤어스타일이 홍금보 같다고 붙여준 별명)’라고 부르는 부부는 두 달간 자전거를 굴리며 신혼을 즐겼다. 애초 둘을 이어준 것도 자전거였다. 고씨가 아내에게 반하게 된 것도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다 언덕을 기어도 넣지 않은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올라가는 그녀의 늠름하고 듬직함 모습 때문”이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1권은 ‘서울에서 마라도까지’, 2권은 ‘마라도에서 서울까지’. 해안도로를 타고 자전거로 국토를 훑는 일은 생각보다 위험하고 고달팠다. 목포나 여수의 산업도로를 지날 때는 바퀴가 열 개나 달린 트럭이 신혼부부를 위협했고, 배를 타고 건너간 제주도에서는 온종일 비가 내렸다. 하지만 ‘염통이 쫄깃거릴’ 자연 풍경과 매일 저녁 배를 호사시킨 향토 음식들 덕분에 자전거 신혼여행은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

부부는 지난해에 넉 달간 제주도와 일본, 스위스의 길들을 함께 걸었다. 여행이 힘든 만큼 부부싸움도 잦았다. 하지만 그만큼 반창고 붙이는 기술도 늘었다. 메가쑈킹씨는 “긴 여행은 마치 부부생활의 미니어처나 요약본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걷기 여행을 묘사한 만화는 이달부터 웹툰으로 인터넷에 연재될 예정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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