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인규 사장 또한 신년사에서 수신료 인상을 올해 KBS의 ‘숙원 사업’으로 내세웠다. 우리의 수신료는 영국·독일·일본의 공영방송사에 비해 수십 년간 정체 상태다. KBS의 수신료 의존율은 40% 미만에 불과하다. 이제 외국처럼 수신료를 정상화해 서비스를 개선하자고 한다. 일견 수치상으로 보면 최 위원장이나 김인규 사장의 말이 명분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와 달리 KBS 현실을 보라. 600억원이 넘는 세전이익의 흑자를 매년 경신하면서 승승장구한다. 그에 발맞춰 KBS 방송은 최근 몇 년간 ‘대한 늬우스’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전 세계 유례없는, 명실 공히 공영도 상업 방송도 아닌 ‘상업적 국영방송’의 큰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도 이처럼 요상한 정체성을 지닌 KBS에 별 큰 이유 없이 수신료를 더 내란다. 가뜩이나 생활고와 만성 실업에 치여 우리네 삶이 울상인데, 마치 명분 없는 ‘인두세’처럼 정부가 또 한번 서민을 갈취할 태세다.
조직의 독립성·자율성부터 확보하라
방송법 제64조에 명시한 바에 따르면,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에 따라 수상기 등록과 수신료 납부 의무가 있다. 안다. 또한 법적으로 수신료의 결정 또한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된다. 다 좋다. 그래서 이제껏 우리나라 시청자는 전기세에 통합고지되어 나오는 수신료를 군소리 없이 꼬박꼬박 내왔다. 물론 시민이 크게 한 번 수신료 징수에 분노해 이를 뒤집은 적이 있다. KBS가 1986년 군부독재의 ‘나팔수’를 자처하면서 정신 못 차리던 시절이었다. 그때 시민의 분노를 지금도 파악 못하면 비슷한 일이 또 찾아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신료 징수는 일본의 NHK와 비슷하게, 공공복지 서비스를 위해 시청자가 일종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관점에 기초해 있다. 즉 수신료를 준조세적 성격의 공적부담금으로 본다. 예서 우리는 ‘공공복지 서비스’라는 단서 조항을 주목해봐야 한다. 방송법에 규정된 시청자의 수신료 납부 의무란, 먼저 전파를 사용하는 주체의 서비스 의무 이행이 적절히 이뤄질 때 계약 조건이 성립한다는 얘기다.
KBS가 공영방송이라면 그 격에 맞춰 상업주의나 청와대 등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된 운영과 편성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도 없이 수신료만 챙기면 대국민 갈취요 사기다. 게다가 시청자의 주머니를 털어 수신료까지 올려 그 자금으로 또 다른 궁리를 한다면 이는 도둑 심보보다 더 나쁘다.
KBS가 지금의 ‘상업적 국영방송’ 비슷한 외양을 정리하려면, 수신료 인상 문제 등으로 새해부터 국민의 심사를 어지럽게 해선 곤란하다. 당장 내부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 얼마나 산적해 있는가. 진정 KBS가 ‘공영방송’의 이름값을 하려면 외압으로부터 조직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시사보도 프로그램 등에서 탐사 저널리즘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양·오락 프로그램의 다양성 확보와 질적 향상 등에 힘써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수신료 인상을 제안하다가는 외려 시청자의 ‘수신료 거부운동’이라는 전 국민의 저항을 부르기 십상이다. “상식선상에서” 암만 봐도, 수신료 인상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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