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유난히 식품 관련 내용이 자주 나온다. ‘불량한 식품’에 대한 보도가 빈번히 뉴스를 장식하고, 해당 식품의 제조업체는 소비자에게 격렬한 비난을 받는다. 그렇다면 위생적인 가공과 정상적인 유통 과정을 거친 식품은 과연 믿을 만할까. 만약 원재료 자체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면? 그것도 외관상으로는 멀쩡한 원재료에 말이다. 그럴 경우에는 양심적인 식품업체도, 현명한 소비자도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으론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원재료. 유전자조작식품(GMO)이 바로 그런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전자가 조작된 옥수수·밀·콩·우유 등이 전 세계로 공급된다. 우리의 배는 날마다 GMO 덩어리로 채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전자 조작을 주도하는 거대 생명공학기업의 실체와 GMO의 위험성은 이미 수차례 폭로된 바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윌리엄 엥달은 GMO의 전 지구적 확산이 단지 돈에 눈먼 몇몇 기업의 교묘한 판매전략의 결과가 아니라, 세계를 장악하려는 미국과 영국의 정부 및 재벌의 야욕의 결과라고 말한다. 1970년대에 미국 국무장관이던 헨리 키신저가 이런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한다. “석유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 세계 국가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식량을 장악하라. 그러면 전 세계 인민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GMO 발아의 현장은 정부의 밀실, 과학 실험실의 비밀 연구소, 기업 중역회의실의 닫힌 문 뒤다. 그곳에서는 유전자 조작과 생명체의 특허권 획득이 전 세계 식량 생산의 통제 도구로 사용된다. 농업 효율성, 기아 타개 같은 사탕발림 아래 GMO는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가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농민이 생명공학기업들에게 착취당하고, 생물다양성이 파괴되고, 내성을 가진 벌레와 슈퍼 잡초가 등장함에 따라 제초·살충제의 사용량이 오히려 증가했으며, 인류의 건강이 실험대 위에 올랐다.

우리 입에 들어가는 것이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리고 어떤 의도에 의해 식탁에까지 온 것인지 정작 우리 자신은 전혀 알 수가 없고 통제할 수도 없다니, 아연할 만한 일이다. 우리의 목숨 줄을 쥔 자들의 실체가 이 책에서 밝혀진다.

    

기자명 천정은 (도서출판 길 편집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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