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펀드 투자가 대중화되었지만 아직도 펀드 선택 요령을 잘 모르는 투자자가 많다.
우리나라도 드디어 1가구 1펀드 시대에 돌입했다. 이는 펀드 투자가 선진국처럼 일상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펀드 투자가 대중화되고 있지만 정작 성패를 결정짓는 펀드 선택 요령과, 장기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 정도는 아직도 낮은 편이다. 국내 펀드 시장의 역사가 일천하고, 장기적 성과를 내고 있는 펀드가 드물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펀드 투자에 성공하려면 일차적으로는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를 어떻게 고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같은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어떤 회사의 상품이냐에 따라 수익률은 크게 달라진다. 미국에서 살아 있는 ‘가치주 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트위디 브라운의 사장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펀드 선택의 몇 가지 유익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트위디 브라운은 가치 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이 거래를 했던 회사이고, 그의 제자인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자신이 현재 대주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을 살 때도 이 회사를 이용했다.

CIO 자주 바뀌는 회사 ‘경계 1호’

브라운은 펀드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펀드 매니저를 선택해 그와 오랫동안 거래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가 가장 선호하는 자산운용사는 바로 펀드 매니저가 대주주인 회사이다. 즉, 지배구조가 대그룹 계열이나 금융회사 계열이 아닌, 펀드 매니저가 회사의 지분을 갖고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를 일차적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왜 그럴까? “펀드 매니저가 대주주가 아닐 경우에는 펀드에 대한 관점이 단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매니저로 하여금 장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최고의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브라운의 말이다. 그의 논리를 우리에게 적용하면 가급적 독립계 운용회사나, 펀드 매니저가 경영진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운용에 대한 재량권을 가진 회사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펀드 매니저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고 있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펀드 매니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돈을 잃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를 살핀 후에는 과거 수익률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익률이 좋았던 시점에 운용했던 펀드 매니저가 누구였는지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 펀드 매니저도 샐러리맨이므로, 급여를 더 많이 주고 스카우트 제안을 받으면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흔히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단순히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익률이 높을 때 운용하던 펀드 매니저가 자리를 옮겨, 고객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후 급격히 수익률이 나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펀드 매니저는 운용을 총괄하는 CIO(최고투자책임자)이다. CIO가 자주 바뀌는 곳은 경계 1호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 기사 등을 통해 지배구조와 CIO만 집중적으로 점검해도 잘못된 선택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이런 펀드를 골랐으면 그 다음에는 오랫동안 보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황에 따른 투자의 위험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가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이다. 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펀드를 운용하면서 2천7백%, 즉 27배(누적수익률 기준)의 수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주었다. 게다가 린치는 13년 동안 단 한 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 1987년 미국 증시 사상 가장 큰 폭락을 기록한 1987년 블랙 먼데이 때도 플러스 수익률로 한 해를 마감했다. 재미있는 점은 린치가 단 한 해도 수익률 순위에서 상위 15% 내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펀드, 3년간 유지 못하면 투자 말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린치는 금세기 최고의 펀드 매니저 소리를 들었을까. 그것은 바로 돈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에서 크게 실수하는 대목 중 하나이다. 수익률을 높이 내는 것보다, 깨지지 않는 펀드가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잃지 않는 것이고, 설사 급락장이 오더라도 다른 펀드에 비해 덜 잃는 펀드가 더 좋은 펀드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린치에게 투자했던 고객의 절반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세기 최고의 펀드 매니저에게, 그것도 단 한 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투자자들이 돈을 잃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군중 심리에 휩싸여 펀드에 가입하고, 반대로 시장이 나빠지면 화들짝 놀라 자금을 환매해버렸던 것이다. 펀드 수익률이 좋다는 것은 편입한 주식들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얘기인데, 이때 투자해서 나쁠 때 환매하면, 비싼 가격에 사서 싸게 파는 셈이 된다. 특히 린치가 활동한 시기는 미국 증시 사상 최대 상승 사이클이었던 1982~2000년이었다. 이 기간에 사상 최대로 폭락해 무려 이틀 동안 주가가 27%나 하락했던 1987년의 블랙 먼데이는 이 장기 사이클에 있었던 일이다. 폭락 때 환매를 한 사람과 참고 견딘 사람은 이후 3~4년이 지나 커다란 수익률 격차를 보였다. 아무리 대세 상승장이라고 하더라도 인내심이 부족한 투자자에게는 수익보다는 손실이 돌아갔던 것이다.

국내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린치의 역설이 보여주는 것처럼 상승장이라 하더라도 단기 매매하는 투자자들이 얻을 것은 없는 법이다. 이런 시장에서 가장 단순한 투자 원칙, 즉 좋은 펀드를 사서 보유하는 ‘바이 앤드 홀드’(Buy & Hold)가 가장 유력한 투자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투자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적어도 3년간 펀드를 유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처음부터 펀드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인내심이 펀드 투자자들의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원군이다.”

 

기자명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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