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 제공

반곡초등학교(충남 논산) 박진환 교사(41·사진)는 17년 동안 아이들 일기 속에서 아이들 삶을 읽었다. 아동문학가 고 이오덕 선생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읽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그가 시골과 도시를 넘나들며 만난 경남·충남 내륙 지역 아이들의 삶이 일기에 담기고, 학급 문집으로 엮이고, 이번에는 책 〈아이들 글 읽기와 삶 읽기〉에 모였다.

아이들 일기만큼 재미난 글이 없다. 동생 앞에서 빨강 물감 칠을 하고 죽은 척한 이야기, 누군가 똥을 싸놓은 목욕탕에 몸을 담근 이야기, 개구리 알을 키워서 튀겨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야기 따위 생활 속 소소한 재미들이 ‘어른들은 도저히 생각 못할’ 표현 방식으로 가득 담겨 있다. 

진솔한 글이 처음부터 술술 나왔던 건 아니다. 두꺼운 벽을 치고 자기 얘기를 꽁꽁 숨겨놓은 아이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들이 ‘탁’ 하고 마음을 연다”. 박 교사는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에서 아이와 교사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구가 일기(글)쓰기다”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17년 동안 아이들의 일기 속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예나 지금이나, 도시 아이든 시골 아이든 감성은 똑같다. 다만 최근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다운 면’을 억누르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달라진 건 어른들과 사회이다. 지금 6학년 학급 담임을 맡은 박 교사는 학력 경쟁에 시달리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의 말처럼,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손해보고 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