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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치투자의 최고 간판 스타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43·사진)는 수익률이 아니라, 철학을 파는 펀드 매니저다. 그는 주로 ‘보수적이고 겁이 많아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이들’의 돈을 모아 운용한다. 그의 목표 수익률은 연평균 5~14%. 은행 금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어서 대박을 꿈꾸는 이들은 코웃음을 칠 수 있다. 그러나 매년 5~14% 수익률만 꾸준히 올려도 10년 뒤면 수익률이 2백~3백%를 훌쩍 뛰어넘는다. 복리 효과를 볼 수 있는 장기 투자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장기 투자를 하려면 종목을 잘 골라야 하는 법. 이채원 전무가 주식을 고르는 제1원칙은 싼 주식을 고르는 것이다. 그는 “가치투자란 기업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따먹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 이 전무는 주가가 순유동자산의 3분의 2 이하로 거래되는 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이하인 기업의 주식에 주로 투자한다. 유동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유동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기업, 주가수익비율은 낮지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야 손해보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으로 고르되 기업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바보가 경영해도 잘나갈 수 있는 기업, 먹고 쓰고 닳아서 없어지는 제품(소비재)을 파는 기업, 새로운 경쟁사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의 업종(전기·통신·가스와 같은 인프라 산업)에서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 시멘트나 항만처럼 지리적 독점을 이용한 기업들의 주식을 눈여겨보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그의 눈에는 아직 20~30%의 수익률을 낼 종목이 적지 않다.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로 기업의 성적표를 매기다 보니 이 전무는 종합주가지수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투자의 위험은 주가가 떨어질 때가 아니라 기업가치가 떨어질 때다”라고 그는 주장한다.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폭락장이 와서 모두가 주식을 내다팔 때가 오히려 매수할 기회라는 것이다.

 

 

기자명 안은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 anj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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