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표준적 교육 시스템 이외의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대안은 대안학교에 다니는 것이다. 전국의 100개가 넘는 대안학교에 5000명이 넘는 학생이 다닌다. 문제는 대안학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대안학교는 들어가기가 어렵다. 미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교육청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만만찮은 등록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대안은 해외로 ‘튀는’ 것이다. 해외 유학파 중에는 영어권 국가에서 1~2년간 영어 실력을 업그레이드한 뒤 귀국해 외국어고 입시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즉 한국 교육 시스템의 승자가 되기 위해 유학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유학이 아닌 그냥 ‘눌러앉는’ 유학의 경우, 그 동기의 상당 부분이 ‘한국 교육에 대한 불신과 염증’에서 나온다. 특히 착하고 성실하나 성적은 중위권밖에 안 되는 학생이 유학을 가서 주눅들어 있던 마음이 펴지면서 놀라울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세 번째 대안은 그냥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이 점점 늘고 있다. 문제는 홈스쿨링을 하려면 부모의 소신과 노력이 대단히 높은 수준으로 요구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초등학교나 중학교까지 다니다가 상급학교 진학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자퇴하는 방법이 더 일반적이다. 검정고시를 치르고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등을 활용하며 공부하는 것이다.
검정고시에는 고입(중졸)과 고졸 두 가지가 있는데 매년 4월과 7~8월 두 차례에 걸쳐 치른다. 중학교를 자퇴할 경우 1년이 지나야 검정고시 응시 자격이 생기며, 고등학교를 자퇴할 경우 6개월이 지나야 응시가 가능하다(정확히 ‘시험 공고일 6개월 이전에 자퇴 처리가 되어야’ 한다). 4월 시험 공고일은 2월 초이며, 7~8월 시험 공고일은 5~6월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자퇴하는 까닭
대입 재수 종합반에 들어가 수능 준비를 하는 경우도 많다(대개의 재수생 학원에서 자퇴생을 받아준다). 검정고시의 경우 수능 성적에 비례하여 비교내신이 적용된다. 대학마다 규정에 차이는 있지만, 예를 들어 검정고시로 고졸 자격을 얻은 어떤 응시자가 수능 2등급을 받았다면 전체 응시자 중 수능 2등급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내신성적을 이 응시자에게 부여하는 식이다. 따라서 검정고시로도 내신성적이 반영되는 대부분의 대입 전형에 응시할 수 있다. 서울대의 경우 합격자 중 검정고시 출신 비율이 매년 1~2% 사이를 오르내린다.
최근 들어 상당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자퇴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대입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현재 고등학교가 대입 준비에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더하여 하루에 15시간씩 학교에 갇혀 있어야 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교우관계 또는 교사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퇴를 결심한 학생과 이를 말리는 부모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언을 요청받으면 내가 자퇴 여부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은 ‘학생의 자기관리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가’이다. 자기관리능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여겨질 경우, 나는 자퇴에 찬성한다.
자퇴를 대안이랍시고 소개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고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과학고와 서울대를 나온 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의 승리자였고, 학부모들이 토해낸 사교육비로 학원가에서 많은 돈을 번 수혜자였다. 하지만 지금 나를 움직이는 것은 ‘분노’이다. 10년 넘게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짓밟히고 불구가 되어버린 아이를 수없이 봐왔다. 자퇴 상담요청이 없어지는 ‘그날’을 앞당기고 싶다. 독자 여러분도 동참해주시길 바란다.
※‘사교육비 팍팍 줄여주는 우리 집 대안교육’을 이번 호로 끝마칩니다. 칼럼을 쓴 이범씨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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