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방에 사는 남자 김귀현씨(28·사진 오른쪽)와 옥탑방에 사는 여자 이유하씨(25·사진 왼쪽)가 만났다. 각자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면 포기김치 10kg을 거뜬히 따올 수 있는” 거리들이 쏟아졌다. 함께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원고에 살을 붙여 책으로 냈다. 반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사다리꼴 원룸 등 이런저런 방에 사는 젊은이들이 “내 얘기잖아!”라고 손뼉치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책에 가득하다.

20대의 자취 생활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반지하방 김씨는 “1층 같은 반지하”라는 주인 말에 속아 집을 계약했지만 햇볕은 화장실 창문으로만 구경할 수 있었다. 습하고 어두운 반지하방에서는 오이든 양파든 감자든 금세 상해버려, 대충 라면으로만 끼니를 때웠더니 인스턴트 나트륨 과다로 요로결석이 생겼다. 옥탑방 이씨는 겨울에 마당에서 꽁꽁 얼어버린 보일러를 붙잡고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세상에, 압력으로 터진 보일러 덮개에 뺨을 맞기까지 했다.   

수도세가 좀 비싼 것 같아 고지서를 보여달라고 하면 “어른 말 못 믿는 버릇없는 놈”이라고 혼을 내는 집주인이 창궐하는 서울에서, 춥거나 습하거나 더운 방에서 쭈그리고 우는 대신 저자들은 ‘교묘히’ 맞서는 법을 터득했다. 문제 많은 쓰레기 버리기와 화장실 사용은 되도록 학교나 회사를 이용하고, 고시원 방에서 “웅~”거리는 소형 냉장고 소리에 잠을 못 이룬다면 “웅~” 소리가 쉬는 시간에 재빨리 잠이 들어버리고, 엠티를 가면 남은 음식과 살림살이들을 알뜰히 챙겨오라는 따위의 정보는 비슷한 처지의 20대들에게 ‘실용적인’ 지혜를 준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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