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스바루
덕 파인 지음·김선형 옮김, 사계절 펴냄

녹색 삶을 살겠다는 것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100만 개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과 일과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뜻과 같다. 뉴욕 근교에서 도미노 피자를 먹고 자랐으며 아무리 오지로 취재를 다녀도 화장실 휴지를 포기할 수 없었던 프리랜서 기자 덕 파인이 뉴멕시코 촌구석 외딴 농장에서 겪은 좌충우돌 에코 농장 프로젝트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친환경적 삶으로 가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자동차와 전기, 아이스크림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기 힘든 저자는 일제 휘발유 승용차인 스바루를 버리고 포드 트럭을 구입해 식용유로 굴러갈 수 있도록 개조한다. 지붕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하고,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 염소를 키운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긴다. 염소를 기르기 위해서는 월마트에서 물품을 사고, 태양열 발전을 위해 납덩어리 배터리를 사용하고, 식용유로 차를 굴리기 위해 성인병을 유발하는 튀김 음식점을 이용해야 한다. “더 이상 못해먹겠다”라고 포기하는 대신 저자는 마음을 비운다. “미래에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의지로, 저자는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해나간다”.

 

불화, 찬란한 불교 미술의 세계
김정희 지음, 돌베개 펴냄

불화의 전통적 의미와 역사, 유형과 법식, 제작 기법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화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결정판이다. 불화는 ‘눈으로 보는 경전’ 기능을 하는 종교화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고유의 색감을 반영한 역사적 전통문화이기도 하다. 저자는 ‘불화 제대로 알기’는 우리 전통 미술, 나아가 우리 조상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금석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도 불화 개설서가 나오긴 했지만 항상 ‘도판’이 문제였다. 전국 곳곳의 사찰에 걸린 불화를 유형별로 정리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문헌상으로 전하는 불화 대부분이 소실되거나 외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그 면모를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또 책마다 불화의 색감이 천차만별이라 ‘우리 고유의 색감’을 알아내기도 힘들었다.

이번 책은 그래서 양질의 도판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국내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지고 미국 보스턴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버크 콜렉션, 독일 쾰른 동아시아박물관 등 해외 박물관과 미술관이 소장한 사진을 실었다. 또 일본 사찰에 흩어진 여러 점의 국보급 한국 불화도 최대한 원본 색감에 가깝게 재현했다. 그 덕에 한국 불화사를 정리한 개설서이면서 감상서로서의 구실도 톡톡히 한다.

 

박헌영 평전
안재성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남한과 북한 두 곳에서 모두 ‘반역자’가 된 박헌영의 일생을 담았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자로 살았지만 그가 주장한 최저임금제,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의 도입,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이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택한 민주주의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양문화지식사전
이재호·김원중 편저, 현암사 펴냄

묵직한 서양문화사 용어사전이 국내 연구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서양 문명의 두 뿌리인 그리스·로마 신화와 성서에 등장하는 관용적 표현을 정리했다. ‘고르디오스의 매듭’ ‘케르베로스 과자’ ‘나귀의 장례’ 같은, 서구인에게 익숙하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말의 의미와 맥락을 꼼꼼히 짚었다.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
슬라보예 지젝 지음·박정수 옮김, 그린비 펴냄

‘자유’ ‘평등’ ‘박애’ ‘평화’와 같은 ‘잃어버린 대의’를 되찾자는 투쟁 선언문이다. 지젝은 가치의 상대주의를 인정하면서 대의를 잃어버리게 만든 주범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 이전 ‘실패한 혁명’들 안에 부활의 계기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
김순천 지음, 동녘 펴냄

르포 작가가 10대 청소년 14명을 인터뷰해 그 내용을 날것 그대로 책에 담았다. 서울 강남·강북·지방 학교 학생들과 인문계고·실업계고·대안학교 학생, 자퇴생과 복학생까지 다양한 유형의 청소년이 등장한다. 생각과 꿈은 다르지만 10대를 굉장히 우울하게 보내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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