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약은 어떻게 복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약사의 처방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눈에 띄는 흰 봉지가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봉지를 열어봤더니 처방약이 가득했다. 처방 날짜를 보니 2006년 12월26일. 그 옆에 ‘비염, 코 막힘’이라는 약사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약을 지어 하루치를 먹고는 병이 엔간해지자 냉장고에 처박아둔 게 분명했다. 1년이 다 된 감기약이어서 버리려 하자 아내가 말리고 나섰다. “곧 겨울인데 놔둬 봐!” 나로서도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자신이 없었다. 결국 그 약봉지는 다시 냉장고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가정에서 비슷한 고민을 한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불안한 의약품들. 정성현 교수(경희대?약학)에 따르면, 묵은 약 처리법은 딱 한 가지다. 쓰레기통에 내버리는 것뿐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물리화학적으로 약효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체에 유해한 독성이 생겨났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약을 복용해왔는데도, 약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약과 관련한 ‘소문과 진실’을 알아보았다.  

약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효과가 좋다?   감기나 통증을 빨리 낫게 한다고 한 번에 처방약 두 봉지를 복용하는 사람이 있다. 한마디로 위험한 짓이다. 약의 복용량은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을 통해 신중히 결정된다. 예컨대 통증이나 열이 있을 때 사용하는 아스피린의 경우 ‘네댓 시간 간격으로 325~500mg를 복용해야 효능이 좋다’는 식으로 복약 규정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극적으로 효과를 보겠다고 두세 알을 삼키면 부작용과 사고 위험만 커진다. 게다가 처방 감기약은 발열?기침?가래?염증 등을 단번에 잡기 위해서 보통 네댓 가지의 약이 들어 있어, 두 봉지를 복용하면 그만큼 간과 몸만 더 힘들어진다.  

드링크제와 약을 함께 먹으면 효과가 높아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드링크제와 약의 혼합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카페인이 함유된 드링크제는 약의 흡수를 방해하거나, 약효가 떨어진다. 우유나 주스 등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 콜라 같은 발포성 음료도 탄산가스가 위장 벽을 자극해서 약물이 위장 장애를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동시 복용은 피한다.

약은 따뜻한 물 한 컵(240㎖)으로 섭취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된다. 물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약의 흡수 속도는 빨라진다. 그러나 찬물은 위점막의 흡수력을 떨어트릴 수 있으므로 조심한다. 가끔 물 없이 약을 섭취하는 사람도 있는데, 약 성분이 식도에 잔류하면서 자극해 식도궤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약 복용 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   처방 약 봉지를 보면 식후 30분, 식전 30분이란 문구가 가장 많다. 이유가 있다. 식전 30분에 약을 섭취하면 빈속이어서 흡수가 빠르다. 제2형 당뇨 치료제 아카보즈가 빈속에 먹어야 하는 대표 약이다. 식후 30분은 섭취한 남은 음식 덕에 약이 위점막을 자극할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철분 제제나 위장 장애에 도움을 주는 약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캡슐은 버리고, 안에 든 약만 먹는다?   캡슐 제제는 동물의 뼈나 근육을 푹 고아서 만든 젤라틴이다. 쉽게 말해 천천히 녹는 단백질 덩어리이다. 캡슐은 역한 약 냄새나 쓴맛을 차단하려고 사용한다. 빳빳한 느낌이 싫다고 캡슐을 열고 속에 든 가루약만 복용한다면 위험천만하다. 천천히 흡수되어야 할 약이 빨리 흡수되어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약보다 주사가 더 효과적이다?   의사들에 따르면, 주사제가 알약보다 효과가 더 빠른 것은 사실이다. 위장과 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혈관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사는 보통 응급 상황에서만 사용한다. 또 균에 의한 염증이 심할 때 주사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효과도 빠르고 약효도 크기 때문에 그만큼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도 높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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