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혐오하는 많은 학부모에게, 본격적인 대안교육을 권하기도 쉽지 않다. 대안학교가 대부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고, 잘 알려진 대안학교의 경우 입학 경쟁률이 상당한 수준이며 돈도 적잖이 드는 경우가 많다. 대안학교의 교육이념과 운영방식에 대해 불안감을 가진 학부모도 많다.

이 기획은 이러한 학부모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즉 개인 또는 가정 수준에서 추진할 수 있는 대안교육의 지침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12회에 걸쳐 연재될 지침들은 ‘그게 대안교육이면 파리도 새다’라든가 ‘일류대 들어가기 위한 대안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만나보면서, ‘절충적’이고 ‘타협적’인 대책을 긴급하게 요구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느껴왔고, 이들을 위한 지침을 고민해왔다. 이 기획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부모들이여, 수능·논술 기출문제집 사보라

우선 ‘우리 집 대안교육’의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지금 옆집 아이가 뭘 하는지보다, 고3이 되면 우리 아이가 뭘 요구받는지를 고려하자’는 것이다. 옆집 아이가 어느 수학 학원을 다니고 한자 급수를 몇 급 땄는지에 관심 있는 전국의 학부모들이여,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당장 서점에 가서 수능 기출문제집과 논술 기출문제집을 사보라. 그리고 ‘우리 아이가 5년 뒤(혹은 10년 뒤)에는 이런 걸 요구받는구나’라고 느껴보라.

 

 

 

 

수능이나 논술 문제를 풀어보면, 대입에서 요구하는 것이 ‘지식’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식(knowledge)’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역량(competence)’이다. 어떠한 역량이 요구될까? 무엇보다 ‘독해력’과 ‘추론 능력’ 그리고 ‘논지전개 능력’이 요구된다. 수능과 논술은 내신과 달리 ‘배운 것만 나오는’ 시험이 아니다. 특히 수능 언어영역·외국어영역과 논술 문제에 나오는 제시문은 학생 처지에서는 거의 다 ‘난생처음 보는 글’이다. 이를 이해하고, 이로부터 논리적으로 새로운 결론을 추론해내고, 여기에 대한 자신의 가치판단과 견해를 정리해내는 능력은 ‘지식’을 머릿속에 구겨넣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길러지지 않는다.

자연히 ‘지식 교육’과 ‘역량 교육’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개의 학교 교육과 학원 교육이 지식 교육에 치우쳐 있으므로, 가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역량 교육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물론 앞에서 제시한 ‘독해력’ ‘추론 능력’ ‘논지전개 능력’ 이외에도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여러 가지 역량이 있을 것이다. 특히 ‘협동 능력’과 ‘예술적 향유 능력’이 중요할 텐데, 이러한 영역에 대해서는 내가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을 만한 수준이 아니므로 이 기획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을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지식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학생의 성취도를 구체적으로 관리하고 보완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다만 시험을 봐서 ‘등수’라는 결과를 알려줄 뿐이다). 따라서 아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지나치게 낮은 성취도를 보일 경우 적절한 보완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단, 학교에서 지식 교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해’ 과정을 생략하고 단순 ‘암기’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부분은 보완책을 모색하기보다는 과감하게 포기하라. 무엇보다 단순 암기를 요구하는 것은 올바른 지식 교육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지식은 고등 지식 교육을 위해서나 대입 시험을 위해서나 쓸데없는 경우가 많다.

 

 

기자명 이범 (교육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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