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명박 대통령도 ‘오른쪽 노무현’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말 잘하는 사람으로 통했다. “청계천 공사비가 한강에 다리 하나 놓는 것보다 적게 들어간다”라는 식으로 대중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대중과 호흡한다는 좋은 의미로 공사판 ‘십장 화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도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말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왜 대통령 자리는 말의 무덤이 되는 것일까?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우리 역대 대통령은 듣기보다 말을 많이 하는데, 자리가 그렇게 만든다. 계도 민주주의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대통령은 최고 책임자로서 항상 국정을 끌고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자꾸 말을 많이 하고 당연히 말실수가 잇따른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논리가 강한 DJ와 반대로 감성에 호소하는 스타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처럼 감성적인 화법은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고 최 소장은 분석했다. 하지만 결식아동을 걸식아동이라 발음하거나 제주도를 자꾸 거제도로 부르거나, 심지어 세종대왕은 가장 위대한 대통령(왕), 박정희 대통령의 상가(생가), 역사의 아이노리(아이러니) 등 YS식 실언은 국가 지도자로서 신뢰를 깎아먹었다고 최 소장은 지적했다.
최 소장은 ‘믿어주세요’로 상징되는 노태우 화법은 부드러운 전달형, ‘본인은’으로 시작하는 전두환 화법은 권위적 지시형, 불필요한 말이나 우스갯소리를 거의 안 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행정적 교시형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모범 답안은 없다. 최 소장은 “대통령 말이 가지는 파장을 고려한다면 대통령은 보좌진이 검토하고 또 검토한 원고를 읽는 수준의 준비되고 절제된 말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