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
김용철 변호사는 ‘검사스럽다’. 생각이며 행동이며 말투가 검사 같다. 삼성에 들어간 것보다 검사를 그만둔 일을 더 억울해한다. ‘썩은 검찰’을 이야기하면서도 김 변호사는 검사들이 바르다며, 검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김 변호사는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하는 특검보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서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 의지를 보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할 생각이 없다고 하자, 11월8일 하루 종일 풀이 죽어 있었다.

삼성의 법무팀장으로 검찰 로비를 담당했다는 김 변호사. 하지만 그는 검찰 로비 리스트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닫았다. “사제단 신부에게 맡겼고 모든 게 사제단과 하느님의 뜻이다. 내 입은 먹을 수 있을 뿐 말할 수 없다. 나는 죄인이고 구속될 처지여서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조심스럽게 “임채진씨가 검찰총장이 되면 삼성 수사는 절대 못한다. 현직 소장파 검사들 상당수도 내게 같은 의견을 전해왔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지검장 시절 임채진 총장 내정자가 이건희 회장 소환과 기소에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귀남 중앙수사부장도 삼성 수사에는 애초에 의지가 없는 인물이다. 중수부에 수사하겠다는 검사가 많았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총장 내정자와 중수부장이 로비 리스트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리스트와 관련해서는 나는 입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과 밀착한 검사들의 부도덕·부적절함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에버랜드 수사 검사가 어린이날에 삼성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 에버랜드 수사 라인에 있던 한 부장검사는 외국 출장을 가서 삼성 임원을 차례로 불러 담화를 즐겼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승진을 해서 주요 보직에 올라가면 삼성이 사람을 못쓰게 만드는 이런 구조에서는 더 이상 검찰에 희망이 없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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