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일자리 혁명
이상호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펴냄
 
“노동조건 양보 대신 지속 가능한 고용을 선택한 독일 노조의 전략.”
 
독일의 실업률은 2005년 11.7%를 정점으로 줄곧 개선되어 2019년 3월 현재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인 3.5%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고용 기적’ 혹은 ‘일자리 혁명’의 동력을 독일 노사의 전략적 타협에서 찾는다. 회사 측, 예컨대 폭스바겐은 비용 경쟁력의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해외보다 독일 내에 투자함으로써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켰다. 노동조합 역시 기업 및 산업의 위기에 대해 비타협적 투쟁만으로 일관하거나 비정규직의 해고를 용인하는 방법으로 비켜가지 않았다. 노동조건의 후퇴를 수용하는 대신 총고용과 신규 투자를 보장받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이런 양측의 선택이 어떻게 가능했고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이 책은 상세하면서도 쉽게 알려준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창비 펴냄
 
“우리 모두에게는 차별 감수성의 사각지대가 있다.”
 
운전기사가 내려 장애인을 번쩍 안아 자리에 앉혔다. 휠체어도 옮겨주었다. 기자도 승객들도 ‘친절한 기사님’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내내 표정이 굳어 있는 장애인은 말했다. “장애인임을 확인하는 순간은 늘 비참하다. 기사에게 안길 때가 그랬다.” 휠체어를 탄 채 이용 가능한 저상버스의 확대를 그는 바랐다.
현장 활동가이자, 연구자, 교수(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로서 인권·차별·혐오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는 ‘우리 모두가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말한다. 이 말을 접하며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취재할 때의 단상이 떠올랐다. 우리는 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가? 저자는 차별이 숨겨지는 작동 원리를 짚은 다음 ‘모두를 위한 평등’ 해법까지 제시한다. 곁에 두고 여러 번 들춰볼 만한 책.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김겨울 지음, 유유 펴냄
 
“저는 ‘북튜버’ 책을 다루는 유튜버입니다.”
 
2017년 1월 시작. 목표는 구독자 1만명. 현재는 목표치의 10배인 10만명 돌파. 〈겨울서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저자가 책(활자)과 유튜브(영상)라는 전혀 다른 플랫폼을 결합시킬 때만 해도 ‘물어볼 선배’가 없었다. 모든 것을 혼자 익히고 혼자 결정했다.
언젠가 사석에서 구독자를 늘리는 비결 하나만 꼽아달라고 했다. “무조건 1년 이상 중단하지 말고 해보세요.” 그렇게 중단하지 않고 시행착오 끝에 저자가 찾은 ‘영업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겼다. 촬영 장비부터 영상 편집, 유튜버로서의 고충 등 모든 궁금증에 대한 ‘가장 솔직한’ 답변이 담긴 에세이다. 책을 읽으면 〈겨울서점〉 유튜브 채널을 접속할 수밖에 없다. “겨울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김겨울입니다.”
 
달과 소년병
최인훈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보지 않고 믿는 자는 악마야.”
 
지난해 작고한 최인훈 작가의 1주기에 맞춰 선보이는 ‘문지작가선’ 시리즈의 첫 번째 책. 한국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와 작품을 조명하는 ‘문지작가선’의 시작점은 ‘4·19 세대’ 작가다. 김승옥, 서정인, 이청준, 윤흥길의 중단편선이 이번 여름 연이어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 책에는 최인훈의 등단작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널리 사랑받은 중편 ‘구운몽’ 등 소설 9편이 담겨 있다. 표제작 ‘달과 소년병’은 〈최인훈 전집〉에 미수록되었던 작품이다. 출간과 동시에 열린 작가의 1주기 추모행사에서 연극배우 박정자씨가 이번 책에 실린 ‘주석의 소리’를 낭독했고, 작가의 아들 최윤구씨가 유족을 대표해 아버지의 마지막을 회상했다. 
 
환타지 없는 여행
전명윤 지음, 사계절 펴냄
 
“여행은 환상이다? 아니다, 여행은 환상을 깨는 맛이다!”
 
‘환타(幻打)’는 환상을 깬다는 의미다. 16년째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주특기다. 그는 인도 환타(인도에 대한 환상을 깨는 사람), 홍콩 환타(홍콩에 대한 환상을 깨는 사람), 오키나와 환타(오키나와에 대한 환상을 깨는 사람)로 두루 활약 중이다. 
저자는 여행이 환상의 미학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때로는 여행지에 대한 TMI(too much information)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부조리가 무엇인지, 그들이 무엇 때문에 시위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시위 때 그는 헬멧을 쓰고 시위대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특파원을 능가하는 그의 활약 덕분에 우리는 좀 더 깊숙이 들어가는 여행을 할 수 있다.
 
해양사의 명장면
김문기 외 지음, 산지니 펴냄
 
“동아시아의 근대는 해역에서 시작되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해양인문학’ 개념을 주창해온 부경대학교 교수들이 바다의 역사를 우리의 시선으로 집대성했다. 수산과 대양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혹할 수 있는 여러 주제를 두루 망라했다. ‘해상제국의 출현’ ‘해양중국의 역사’ ‘지도에 숨겨진 비밀’ ‘해양교류의 발신지, 부산’ ‘조선의 해양 인식과 관음 신앙’ ‘청어의 세계사’. 각 장은 단행본으로 출간될 수 있을 만큼 묵직한 주제들인데 화두를 던지듯 편하게 풀어냈다.
해양에 대한 조선 사회의 인식을 읽을 수 있는 〈해동제국기〉를 풀어주고, 한·일 외교의 최전방이었던 초량왜관을 들여다본다. 또 동북아 해양 샤머니즘의 원형인 관음 신앙을 파고들고, 조선의 물고기 청어를 기억하고, 마지막으로 환동해 시대를 열 북극 항로를 쫓아간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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