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도의 악몽〉 마크 라이너스 지음이한중 옮김, 세종서적 펴냄

지구온난화의 치명적 결과에 관해 많은 얘기가 있지만, 솔직히 말해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날씨가 따뜻해진다고 하니 난방비 줄일 수 있어 좋겠다느니, 서울에서도 열대 과일을 따먹을 수 있겠다느니 하는, 한가한 얘기를 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이 책의 독자로는 (필자를 포함한) 그런 사람들이 제격이다. 섭씨 1도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얼마나 파국의 상황을 낳을 수 있는지, 이 책은 지금까지 진행된 과학적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두어 생생하게 들려준다.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킬리만자로와 알프스의 만년빙이 사라지고, 만년빙이 녹아내린 산에서 산사태가 빈발한다. 가뭄 탓에 기름진 농토 밑에 잠자던 모래층이 드러나며, 남태평양 투발루 섬은 완전히 가라앉는다. 2도가 상승하면 지구 곳곳이 극심한 가뭄과 홍수 피해에 시달리고 허리케인은 더욱 강력해지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흡수되면서 바닷물이 점점 산성으로 변한다.

3도가 상승하면 지구 사막화가 극심해져 아마존 우림 지역마저 사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지구의 허파가 종말을 고하는 셈이다. 4도 상승하면 빈발하는 재난으로 국제무역 시스템과 자본시장이 무너지면서 전대미문의 대공황이 닥친다. 5도가 상승하면 북극과 영구 동토층이 모두 녹아내리면서 탄소와 메탄 방출이 가속되고, 지구는 생존을 위한 전쟁터로 변한다. 그리고 지구 평균기온 6도 상승은 인류를 포함한 생물체 전멸의 단계다. 메탄가스와 따뜻해진 바닷물이 합성되면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분출되어 폭발이 일어난다.

저자가 강조하는 마지노선은 3도다. 3도가 상승한 다음부터는 지구온난화를 통제할 수 없으며, 구르는 눈덩이 커지듯 사태가 악화된다는 것. 이 심각한 시나리오에 비해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모두 신통해 보이는 건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미봉책 같아 보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겠지만) 이에 비해 탄소 미배출 에너지의 도입과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호소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대운하 파기 사전 단계가 아닌지 의심받는 4대강 정비사업을 ‘녹색 뉴딜’이라는 허울로 포장하는 용기(?)는 결코 가상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도대체 무엇이 ‘녹색’이란 말인가? 전 국토의 공사 현장화와 이른바 ‘녹색’ 성장은 또 무슨 관계란 말인가? 진정으로 ‘녹색’을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1도 상승’의 치명적 결과를 두려워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혹여 모르겠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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