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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선생’인 이유를 아시나요

신안군 비금도·도초도

홍경찬 (여행작가)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5월 22일 수요일 제6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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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의 저자, 고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목포에서 태어났지만 1950년부터 7년간 비금도 자항마을에서 살았다. 이 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다시 뭍으로 향했다. 그는 유명을 달리하기 전 비금도를 진정한 고향이라 불렀다. 부모가 살았던 곳이기도 했지만, 경기도 포천군 지현리에 서재가 있었고 이 인근 소나무 수목장에 안장됐음에도 이유는 분명했다. 신안군청 이재근 학예연구사는 “비금초등학교 인근 자항마을 동네 주민들이 전하기로, 황현산 선생님이 글을 잘 지었고, 공부를 잘한 기억이 난다. 동네 아이들과 해변에서 잘 놀았고 특유의 섬 감수성이 이곳에서 잉태됐다”라고 비금도가 고향인 이유를 전했다. 작고하기 1년 전 목포문학관에서 문학 강연을 한 달간 열었고 비금도 예찬론을 펼쳤다. 유명을 달리하기 전 뭍과 섬을 자주 오갔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글 속에 그를 가뒀다. 섬 소년은 그렇게 위대한 문장가가 되었다. 노회찬 전 국회의원이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부인김정숙 여사에게 <밤이 선생이다>를 선물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황현산 평론가의 처가가 통영이다. 바다의 땅 통영, 천 개의 섬 신안군은 이렇게도 연결이 된다.

ⓒ홍경찬
비금도 떡메산
통영에서 신안군 도초도를 방문한 때가 지난 2017년 6월이었다. 통영을 출발해 이 섬에 가기가 어렵다. 광주행 고속버스를 타거나 목포행 완행버스에만 의지해야 한다. 이러하니 자가용을 제외하면 밤 이동은 포기다. 서울과 목포, 서울과 여수, 서울과 통영, 서울과 부산 남북 연결 편이 오히려 쉽다. 동서를 잇는 다양한 길들은 여전히 쉽지 않다. 노르웨이 오슬로와 베르겐 구간에 크루즈와 기차, 버스로 이어지는 비경 탐방로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이 ‘길 없는 바닷길’을 이미 연 바 있다. 신안군 옛 뱃길은 섬들을 굽이 돌아 동아시아 삼국 보물선이 오가는 무역항이었고, 마산항을 출발해 신안군을 돌아 강화도로 향하던 조공선의 항로였다. 14세기 중국과 일본 등 삼국을 건넜고 강진군의 고려청자를 옮겨 담았다. 제주도의 현무암이 강진군에 널려 있기도 하다. 선박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배 밑에 두었다가 청자를 실은 후 뭍에 내려놓았다. 도자기 등 보물선이 오가는 무역항이었고, 납부한 세금을 거둬들이는 조공선들의 바닷길이었다. 임진왜란 때는 명량대첩으로 귀결된 서해안 제해 해상권 장악을 위한 삼국의 승부가 펼쳐졌다. 장보고가 이 지역을 장악한 이유도 삼국의 제해권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뭍사람이 섬에 갈 때는 용기가 필요하다. 물 부족, 전기 부족, 잠자리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며,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불편함에도 섬이 선생인 이유는 수천 가지다. 생각지도 못한 풍향과 풍속에 그만 갇혀버리기 쉽다. 이 난관을 뚫기만 하면 섬은 재미난 선생이다. 비금도에는 세 개의 금이 있다. 비금도·시금치·소금이다. 시린 겨울을 견디며 자란 시금치는 소금과 더불어 섬의 주요 수입원이다. 소금은 음식에 맛을 더한다. 이 섬을 찾은 6월, 염전들은 널찍했으나 옛 영화를 말해주는지 버려진 건물이 다수였다. 무궁화꽃이 반겼으나 인적은 드물었다. 이 비금도와 도초도 일주도로를 자전거 하이킹으로 달리면 1996년 두 섬을 연결한 서남문대교가 재미를 더한다. 사량도나 욕지도 등과는 달리 길의 높고 낮음이 덜해 자전거 타기가 쉽다. 이 대교는 흑산도, 홍도 쪽에서 들어오는 첫 관문의 교량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항해 시대에 생사를 넘나들던 뱃사람들의 진·출입 길목인 셈이다. 차량이 다닐 수 있을 만큼 좁은 교량이다. 신라의 최치원도 배를 타고 이곳을 지나 흑산도를 거쳐 중국 땅으로 갔다. 이곳에는 도초 화도선착장, 비금도 수대선착장이 있다.
ⓒ홍경찬
비금도 인왕산
ⓒ홍경찬
비금도 하트해변

비아산 정상은 지상낙원


비금도 선왕산(해발 225m)은 전형적인 능선 종주 코스다. 용의 등을 타고 넘는다. 산길을 잃지 않는다. 비금도 상암마을 주차장에서 산길이 시작된다. 상암마을은 가산항에서 서쪽으로 10㎞ 떨어져 있다. 능선을 타고 넘으면 서산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임도 위에서 내려다본 해변이 꼭 하트 모양이다. 이른바 ‘하트해변’.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주는 섬이 주는 사랑이다. ‘하누넘’은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밖에 없다’는 뜻과 ‘하늬바람이 넘어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상암마을-선왕산-하누넘해수욕장을 잇는 총 5.4㎞ 산행에 3시간 소요.

비금도 서쪽에 선왕산이 있다면 동쪽엔 성치산(144m)이 있다. 목포 북항발 배를 타면 발을 디디는 곳이 가산항선착장이다. 여기서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성치산이다. 가산항선착장에서 면소재지를 향해 오다 보면 광활한 대동염전이 보인다. 이 염전을 내려다보는 바위산이 떡메산이다. 높이 74m 남짓한 작은 산이지만 바위로 된 암산의 풍경이 자못 범상치 않다. 비금도 북쪽 명사십리해수욕장은 비행기 활주로처럼 길고 단단하다.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을 두 눈에 담지 않고서는 비금도를 다녀갔다 할 수 없다. 비금도 출신인 이세돌의 바둑기념관도 명사십리해수욕장 인근이다.

ⓒ홍경찬
도초도 천도천색길 라이딩
도초도 화도선착장에 내리자 마을버스 번호판이 ‘전남 79-바 1004’다. 천사의 섬을 지닌 신안군과 친구가 되는 건가. 선글라스를 멋지게 쓴 버스 기사분이 여성이었다. 립스틱 짙게 바르고 묵직한 기어 차량 운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목포 북항을 출발한 농협 차도선이 신안군 뱃길 2시간을 달려 도초도에 일행을 내려놓는다. 통영발 오후 8시40분 마지막 광주행 버스에 패킹한 가방을 올려놓고 밤 12시40분 목포에 도착. 목포 출신 고재갑씨의 안내로 평화광장과 목포 북항까지 이동을 했다. 이곳에서 150여 명의 백패커와 자전거 하이킹 하는 일행을 만났다. 1박2일간 도초도 시목해수욕장에서 꽃섬 도초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여행이었다. 특별 증차된 마을버스를 타고 농협에서 장을 본 뒤, 다시 이 버스를 타고 도초도 시목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섬에는 택시가 운영 중인데 도초도와 비금도 일주도로를 지나 숙소까지 오는 데 3만원 정도 든다. 이 차량을 이용해도 좋다.

시목해수욕장은 오목하게 들어선 하얀 모래사장이 일품이다. 바다는 코발트블루빛이고 하늘은 이 빛을 흡수했다. 초록의 계절 6월 시목해수욕장은 캠핑장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측에서 운영한다. 여름의 해수욕장과 잔디밭, 비아산 정상은 지상낙원이다. 산행 종주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시목해수욕장을 출발해 정상을 향해 발을 디디자 사람이 덜 다닌 탁 트인 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보이는 서우이도. 둥실둥실 떠다니는 섬의 구름이 손에 닿을 듯하다. 다시 정자를 돌아 내려오는 코스인데, 시목해수욕장의 풍광을 한눈에 담아낼 수 있다. 밤이 되면 파도 소리와 별빛이 선생이다. 아득한 섬, 도초도 서남 끝자락에서 자는 하룻밤은 궁전을 옮겨놓은 듯하다. 이렇게 찰진 날들을 보내고 다시 도초도 화도선착장으로 오면 1인분에 7000원짜리 백반에 손이 간다. 반찬은 안주다. 5명 일행은 공깃밥 3개를 추가하고, 1만원의 행복을 맛보았다. 식당 이름은 진미식당. 야외 평상에서 먹기를 추천한다. 배가 출항하기 직전까지 섬 탐방객들은 술잔을 놓지 않았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으나 내려올 땐 꽃이 보인다고 했던가. 도초도에서의 하루가 아쉬운지 목포로 돌아오는 항로는 숨이 멎을 듯 곱다.

ⓒ홍경찬
도초도를 운행하고 있는 마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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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초도 화도선착장 진미식당 백반


섬에 들어가는 방법

자동차로 천사대교를 이용해 암태도 남강항에서 비금도 가산항을 오가는 정기 여객선을 탈 수 있다(40분 소요). 목포 북항 여객선터미널에서는 비금도와 도초도까지 2시간 소요되는데, 농협에서 운영하는 차도선이 다닌다. 도초도 화도선착장에서 내리면 시목해수욕장으로 쉽게 갈 수 있다. 서남문대교를 사이로 비금도 수대항선착장과 마주보고 있다. 목포항 연안여객선터미널(1666-0910)에서는 비금도와 도초도를 오가는 쾌속선이 운항되며 1시간 정도 걸린다. 비금도와 도초도 섬 일주 택시가 있고 두 섬을 일주하는 데 3만원 정도 받는다. 관광해설사가 탑승한 관광용 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섬에서 할 수 있는 일

도초도 시목해수욕장 인근 야영장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공식 캠핑장이다. 고운 모래와 깊지 않은 수심은 수정처럼 맑아 물놀이에 제격이다. 비아산 정상에서 보는 모래밭은 2.5㎞에 달하는 반달 모양이다. 서남해 풍광도 탁월하다. 물놀이와 등산, 캠핑이 가능한 다목적 휴식공간이다. 개수대, 화장실, 샤워장이 겸비돼 있다. 넓은 잔디밭에 텐트를 칠 수 있고, 소나무들이 그늘을 제공한다. 인근 도초도 수국공원은 6월에 가면 좋다.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수국은 물이 많은 섬 지역에서 핀다. 수국은 6월 한 달만 볼 수 있다. 도초도는 마을버스와 섬 택시를 이용해 둘러볼 수 있다. 1996년 비금도와 연결된 서남해대교가 있어서 자전거 하이킹도 추천한다.

비금도 선왕산(해발 225m) 등산은 전형적인 능선 종주다. 용의 등을 타고 넘는 코스다. 다도해 풍광이 수려해 비금도와 도초도를 찾는 이라면 한번 가볼 만한 코스다. 떡메산은 계단식 등산로가 정비돼 있어서 선왕산보다 더 오르기 쉽다. 이 섬의 자랑인 염전을 조망할 수 있다. 비금도 북쪽 명사십리해수욕장은 비행기 활주로처럼 길고도 단단하다. 차를 가져간다면 풍력발전기 아래 모래밭에 차를 세워두고 지는 해를 바라보길 바란다. 이세돌 바둑기념관도 명사십리해수욕장 인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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