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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에서 도로 건설까지북·러의 ‘윈윈 게임’

북·러 정상회담은 알려진 것 이상으로 무역 및 산업 관련 현안이 깊게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지도자가 러시아 극동지역 핵심 거점인 블라디보스토크를 둘러보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블라디보스토크·박성준 (KMI 러시아연구센터장)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5월 14일 화요일 제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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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이 4월25일 극동러시아(극동러) 행정수도인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에서 열렸다. 2018년 11월 러시아 대통령령에 의해 극동러시아 행정수도가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전된 뒤 열린 첫 외국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이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은 4월25일 오후 2시10분쯤에 시작해 단독회담 및 확대 정상회담, 만찬 순서로 총 5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AP Photo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월25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환영만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단독 정상회담은 예정됐던 시간(1시간)을 훨씬 넘겨 약 2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은 단독회담을 끝내고 회담 결과와 확대회담에 임하는 소감을 기자들에게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한반도 상황 개선 방안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하고, 의견을 교환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초미의 관심사인 한반도와 지역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전략적으로 안정을 도모하고, 지역 정세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확대회담에는 북한 측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배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예브게니 디트리흐 교통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권개발장관, 올렉 벨로제로프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 아나톨리 야놉스키 에너지부 차관,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배석했다.

비핵화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우선 비핵화를 추진하더라도 북한의 체제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의 견해가 동일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필요하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시사해 관심을 모았다. 경제 분야와 관련해서는 대북 제재 완화 및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의 기자회견을 통해 크게 (남·북·러) 가스관 건설사업, 대북 제재 완화 문제, 국제 제재하의 북한 노동자 처리 문제 등이 언급됐음을 직접 밝혔다. 요컨대 북·러 정상회담은 크게 (비핵화 해법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 문제와 북·러 양자 경협이라는 두 축을 기본으로 ‘쌍끌이’ 방식으로 논의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정상회담의 초점은 기본적으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에 맞춰져 있었으며, 만찬을 포함한 정상회담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양 정상이 공동성명 또는 합의문 발표 없이 회담장을 떠나 정상회담에서 과연 어떤 경제 이슈가, 어느 정도 깊이 있게 논의됐는지 자세히 알려진 것이 없다.

양국 무역 확대를 위한 유력한 방안
ⓒ국토부 제공
2018년 12월26일 북한 개성에서 열린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
러시아 측에서는 교통부 차관, 러시아 철도공사 평양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확대 정상회담에 배석한 러시아 측 인사들의 면면을 통해 그 범위와 심도를 추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먼저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알려진 바와 같이 극동 개발을 관장하는 대통령의 극동 담당 전권 대표로서, 극동 개발의 국제 협력 차원 프로젝트 진행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북·러 외교 사무를 대표한다. 대북 협력에 관한 공식적인 결정 사항은 대부분 그의 입을 통해서 나온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력의 본국 송환 업무를 관할한다. 예브게니 디트리흐 교통장관은 도로·철도·항만 개발 등의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총괄하는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올렉 벨로제로프는 푸틴 대통령이 신임하는 최측근 인물이자 러시아의 시베리아철도 네트워크의 운영과 발전을 관할하는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이다. 짧은 구간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핫산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어오는 데 이용한 철도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지선인 극동철도이다. 마지막으로 야놉스키 에너지부 차관은 러시아 석유, 가스 산업 및 석탄 산업의 주무 부처 차관으로서 국제 제재하에서 북한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에너지원 및 석탄의 북한을 통한 해외 수출에 관여한다.

이렇게 볼 때 4월25일 정상회담(단독 및 확대회담)에서는 실제 알려진 것 이상으로 양자 무역 일반과 교통·에너지 및 기타 산업 협력 관련 현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는 실제 어떤 경협 현안들이 있을까?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는 최근 무역량 확대 방안이 있다. 북·러 간 양국 무역액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여파로 최근 급격히 축소됐다. 4월23일 일간 <코메르상트>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양국 무역액은 전년 대비 56% 감소한 34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사실 북·러 정상회담 직전까지 이와 같은 무역액 격감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이 양국 정부 간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협의되어왔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3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알렉산더 크루티코프 극동개발부 차관과 리광근 대외경제성 부상을 대표로 한 북·러 간 실무협상이 개최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북·러 접경지역의 핫산-두만강역을 잇는 도로 교량의 건설과 함께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평양을 잇는 전자상거래 장터의 개설이 논의됐다. 또한 지난 3월4~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러 경제협력위원회에서도 무역 확대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코메르상트>의 보도에 따르면, 무역 확대를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은행 거래 없는 물물교환 형식 및 공동 결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물품 구입 시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일정 가격에 해당하는 상품을 공급하는 일종의 ‘현물 상환’ 방식이 검토됐다. 이와 같은 방식은 금융 및 상품 관련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도 실질적인 무역량 증가를 도모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북 제재로 인한 러시아 내 북한 노동력의 감소는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시행된 이래 줄곧 양국의 현안으로 논의되어왔다. 2017년까지 러시아 내 북한 인력은 3만8000명 수준이었으며, 2018년 초부터 3만4000명으로 본격 감소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연말에 다시 2만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2019년 4월 현재 1만명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력은 북한에게는 부족한 외화 조달을 가능케 하는 한편, 러시아에게는 극동 개발에 필요한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극동러의 건설 현장 등에 양질의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왔다는 점에서 북·러 상호간에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경제협력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2년 내 (유엔 회원국 내) 북한 인력의 귀국 조치’가 추가됨으로써 대북 제재 자체가 완화 또는 철회되지 않는 한, 오는 12월21일까지 러시아 내 북한 인력은 전원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4월25일 정상회담 직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북한 인력에 대해 “북한 노동자들은 매우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으며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국제 제재와) 모순되지 않는 해결 방법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해결책을 찾아냈음을 시사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내 북한 인력의 잔류에 대해 “인도주의적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러 간 두만강 도로 교량 건설은 2015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까지 북·러 국경에는 핫산역과 두만강역의 철도 노선을 이어주는 철교만 있다. 2018년 중반만 해도 두만강 도로 교량 건설에 관해 연해주 현지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도로 이용 화물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교량 건설의 경제적 타당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었다.

두만강 도로 교량 건설 확실시
ⓒEPA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도 논의됐다.
위는 러시아 가스관 연결공사 모습.

그러나 2019년 들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연해주 주간신문인 <콘쿠렌트>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3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부 간 차관급 실무회의에서 양측은 도로 교량 건설에 러시아 표준 적용, 연계 도로의 건설, 국경통과소 건축 등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을 협의했다. 또한 2월15일 올렉 코제먀코 연해주 지사와 조석철 북한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간 협의, 3월 모스크바 정부 간 회의에서 재확인됐다. 극동지역 인터넷 매체 <이스트러시아>의 3월23일자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상원의원들이 북한 정부 대표와 함께 두만강 도로 교량 건설을 협의했으며, 2019년 12월까지 교량 건설의 세부계획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일련의 흐름을 볼 때 이와 같은 진행 속도는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건설적인 합의’용으로 준비되었던 인상이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러 철도 연결 및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도 논의됐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에 연 기자회견에서 “남북 철도 연결 사업과 관련해 최근 그런 시도가 이뤄졌는데, 러시아와 북한은 러시아로 철도 연결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인내력을 갖고 철도 연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 철도 연결 시도’란 2018년 12월26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을 뜻한다. 당시 러시아 측은 교통부 차관, 주 한국 및 주 북한 대사, 그리고 러시아 철도공사의 평양 대표가 참석한 바 있다.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은 우리나라 신북방 정책, 구체적으로 남·북·러 경제협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남북 협력사업, 남·북·러 협력사업의 진전 속도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관련 국제사회 협력에 달렸으므로 속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북·러 정상회담이 우리 정부 신북방 정책에 장기적으로 긍정 작용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적다. 먼저 북·러 정상회담 이후 경제 분야 합의의 자세한 내용이 알려진 바 없으나, 두만강 도로 교량의 러시아 표준에 의한 건설은 확실시된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지난해 6월 신북방 정책 중점 추진과제를 결정하면서 나진-두만강-핫산으로 이어지는 물류 루트를 ‘소다자 초국경 협력’의 가장 중요한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이 지역의 도로 교량 및 연계 도로 건설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면 이와 같은 우리 정부의 남북 협력, 남·북·러 협력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무역 확대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잇는 전자상거래 장터 개설 이슈가 현안으로 오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푸틴 대통령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결 의지를 재천명한 부분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철도공동체’ 구상에 화답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철도와 관련해서는 나진-핫산 간 철도의 복선화 및 러시아 연해주 내 핫산-블라디보스토크 구간 운영의 효율화(핫산에서 우수리스크까지 북상하여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남행) 등이 거론될 수 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잊지 않고 언급한 것 또한 현재의 대북, 대러 국제 제재하에서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협력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신북방 정책과 관련해 언론이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이번에 북한의 지도자가 특별열차를 타고 신북방 정책, 특히 ‘9개 다리’ 중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의 대상지이자 극동지역 핵심 거점의 하나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직접 둘러보았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4월24일 도착과 4월26일 귀환에 이용한 나진-핫산-우수리스크-블라디보스토크의 철도 노선은 바로 교통·물류 분야 극동러 초국경 협력의 가장 중요한 구간 중 하나로서 일부는 러시아가 추진하는 ‘프리모리예 1’ 구간과 중복된다.

극동연방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김정은 위원장은 각료와 당 경제부문 간부, 러시아 및 극동러 담당으로부터 연해주와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주요 정책 사항을 보고받았을 것이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 차량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금각교와 루스키 대교를 직접 이용했다. 그의 숙소와 정상회담장은 2012년 APEC 정상회담과 2015년부터는 동방경제포럼 장소로 쓰인 국제적 규모의 극동연방대학 캠퍼스 내에 있었다. 아울러 측근의 보고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나선특구에서 지척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가 지난해 푸틴 대통령에 의해 극동의 행정수도로 새롭게 지정됐음을 보고받았을 것이다.

극동 행정수도로 지정된 블라디보스토크
ⓒ조용한 제공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금각교.

4월26일 김정은 위원장이 북·러 국경 부근에서 처음 맞게 되는 북·러 또는 잠재적인 남·북·러 경협 현장은, 하루 전 정상회담에서 협의됐을 것이 분명한 러시아 표준에 의한 두만강 도로 교량 건설 예정 부지와, 지난 수년간 남·북·러 3각 물류 시범사업이 실제로 진행됐던 나진항 3호 부두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을 포함한 ‘나진항 공동개발’은 또한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선정한 ‘초국경 경제협력’ 패키지의 주요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현재 인구 63만명으로 북한 동해안 청진(인구 70만명)에 비견할 수 있으며, 북한의 나선특구 개발은 선대의 유훈 사업으로 1990년대 개발계획 수립 초기에는 인구 100만명 규모의 국제적인 중계무역 기지로 설계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2015년의 업데이트된 종합개발계획에서도 해상으로 러시아 측 블라디보스토크항, 나홋카항으로 연결된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장을 직접 둘러본 만큼, 북한에서도 신북방 정책 핵심 협력 대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협의가 3국 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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