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한국식 메이크업을 하고 롱패딩 점퍼를 입은 류향이씨는
한국의 여느 20대와 다를 바 없다.
지난해 12월30일 류씨가 서울 경복궁 일대를 찾았다.

류향이씨의 스마트폰에는 유독 가수 현아 사진이 많다. 당당하고 예뻐서 좋아한단다. 그는 한국에 온 지 채 1년이 안 되었다. 중국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대학 졸업 후 한국행을 택했다. 어머니는 이미 류씨가 어렸을 적 먼저 한국에 왔다. 그에게 대림동은 어쩔 수 없이 들르는 동네다. 한국어를 배우고, 미용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게 일차 목표다. 그러려면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한 학원이 몰려 있는 대림동을 들러야 한다.

하지만 류씨에게 대림동은 오래 머물고 싶은 동네는 아니다. 류씨 또래보다는 부모 세대가 좋아할 법한 상점과 시설이 몰려 있다. 대림동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옌볜 가요 노래방’이 많지만, 정작 그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케이팝 팬이었다. 또래 친구들과는 주로 홍대 앞에서 만난다. ‘코노(동전 노래방)’를 찾거나 친구와 거리를 돌아다닌다. 친한 친구는 류씨보다 먼저 한국에 들어와 지금은 유통업계에서 일한다.

언어에 재능이 있어서 한국어를 빨리 배우는 편이다. “일단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도록 공부한 다음에, 일본어나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요. 이제까지 살아본 적 없는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기도 해요.” ‘전 세계 어디서든 살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를 가진 새로운 세대. 류씨는 이제껏 대림동이 품어온 이들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이주민이다.

 

ⓒ시사IN 신선영류씨가 중국동포지원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기자명 글 김동인 기자·사진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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