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다이시 댄스
〈Melodies Melodies〉

피아노는 멜로디뿐만 아니라 그루브(groove)를 만들어내는 데도 일가견이 있는 악기다. 초기의 재즈였던 래그타임 같은 장르에서 피아노의 주된 역할은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뿐인가. 신나게 두들기는 피아노가 함께하는 로큰롤이 만들어내는 그루브란 정말이지,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최근 들어 피아노 그루브를 잘 활용하는 동네가 있다면 단연 일본 하우스 뮤지션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다이시 댄스는 단연 톱이다. 갓 발매된 두 번째 앨범 〈Melodies Melodies〉가 이를 증명한다. 여성 피처링 보컬을 전면에 내세운 트랙이든, 오직 비트에 목숨을 거는 트랙이든 곡을 이끌어가는 주역은 피아노다. 다이시 댄스의 피아노는 비트가 쿵짝거릴 때는 그루브를, 비트와 비트 사이의 긴 정적에서는 수려한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하우스의 고전 ‘Soul Roots’에서 하우스 비트 위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의 피아노에서는 어떤 극단의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플로어 위의 관객들을 흥분시키고야 말겠다는, 20세기 초반의 내슈빌 어느 주점의 이름 없는 래그타임 연주자의 신명이 도쿄의 클럽에서 살아나는 것이다. 스트링의 도움을 받아 멜로디를 연주하고 하우스 비트와 함께 미친 듯한 그루브를 만들어낼 때, 객석에서는 박수 대신 춤이 터진다. 클럽의 밤이 불탄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전시

Shall We Smell?전
9월6일~11월3일
코리아나 미술관 space*c
02-547-9177

“미술관에서 냄새 한번 맡아보실래요?” 눈뿐 아니라 코까지 동원해서 냄새를 맡으며 감상해야 하는 이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주)코리아나 화장품이 운영하는 코리아나 미술관 space*c에서 열리는 〈Shall We Smell?전〉이 그것이다. 10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 그룹전에는 ‘향기와 냄새’라는 주제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해석한 여러 형식의 작품이 선보인다.

예를 들어 작가 김진란은 화려한 색과 향기 나는 비누 조각을 이어 붙여 관(棺) 모양의 형상을 만들었는데, 그는 매일 사용하면서 닳아 없어지는 비누의 마모성에 주목해,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치닫는 육체의 사라짐과 삶의 허무를 상징화했다.
이혜림은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디자인된 향수병 위에 과장된 여성의 신체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영상 작업을 출품했다. 여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사회 시선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큐레이터 배명지씨는 “시각에 비해 평가절하된 후각은 ‘잠자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시각과 후각의 접목을 통해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편, 같은 건물 5, 6층에 있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는 한국 전통 화장(化粧)과 관련된 소장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전통 향을 모아 구성한 특별전 〈향, 오감만족전〉은 빼놓지 말고 둘러볼 만하다.

이준희 (월간 미술 기자)

 

연극


십이야
10월31일~11월3일
LG 아트센터
02-2005-0114

셰익스피어 하면 일단 〈햄릿〉 〈맥베스〉 〈리어왕〉같이 묵직한 비극부터 떠오르지만, 사실 그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희극 작가였다. 그의 수많은 희곡 중에서도 〈십이야〉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적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난 유쾌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이번에 LG 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십이야〉는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일단 셰익스피어 전문인 영국 연출가 데클란 도넬란이 러시아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다는 점. 물론 대사도 러시아어를 쓴다. 셰익스피어극의 본질을 ‘언어’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도넬란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던지며, 언어 너머의 연극성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모든 배역을 남자 배우들이 맡아 연기한다는 것이다. 특히 남장 여자, 쌍둥이 오누이 등 성 정체성으로 인해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다루고 있는 〈십이야〉에서 이러한 설정은 극의 반전을 한 번 더 뒤집으면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닉 오머로드의 심플하고 현대적인 무대와 리듬감 넘치는 보사노바 연주는 작품의 매력에 빛을 더한다.

김주연 (객석 기자)

 

뮤지컬

햄릿
10월12일~11월11일
유니버셜아트센터
02-336-2360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요소가 강하다. 유럽의 가벼운 오페라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좀더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쇼 비즈니스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럽 뮤지컬은 더욱더 뮤직 드라마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체코 뮤지컬 햄릿은 유럽식 오페레타나 코믹 오페라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전체를 음악에 의존해서 전개하는 형식상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이다. 방황하는 햄릿의 갈등을 거친 록 음악으로 풀어내 감성에 호소하는 힘이 크다. 무엇보다 원작의 무게를 빼고 가벼운 터치로 극을 전개했다. 갈등을 단순화하고 원작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사건을 빠르게 전개해 대중적인 〈햄릿〉을 지향했다.
우선 햄릿의 성격부터 다르다. 그는 우유부단하고 고뇌하는 햄릿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갈등을 몸으로 치러내는 것이다. 불안정한 인격의 햄릿이 평생 해야 할 고민을 짧은 순간에 겪고 난 후 ‘산다는 게 연극 같아’라고 읊조리는 노래가 가슴에 남는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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