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는 어디에 있는가?〉 리 아이아코카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세종서적 펴냄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책인 줄 알았다. 파산 직전의 크라이슬러를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경영의 귀재로 각광받던 리 아이아코카. 올해 나이 84세이니 흘러간 인물의 흘러간 레퍼토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 그러나 읽어보니 미국의 현실을 질타하며 바람직한 리더십을 부르짖는 목소리는 청년의 그것이다. 시작부터 따가운 비판이다. 지도자는 늘 귀를 열어놓고 인쇄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신문 같은 건 안 읽는다고 떠드는 부시 대통령을 질타한다.

지도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다음 대목에 이르면, 부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누구 들으라고 하는 얘기 같다.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란 큰소리만 치거나 국민이 듣기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것과 거리가 멀다. 내가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 진실을 말할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한다. 내가 아는 현 정부에서는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닌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우리를 설득하는 데 시간을 전부 허비하고 있다.”

아이아코카는 자신이 재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얻은 중요한 교훈을 이렇게 말한다. 재계에 몸담았던 우리 대통령은 과연?
“팀의 견해가 한 가지인 경우(보통은 리더 자신이 제시한 견해 중심) 장래에 우려할 만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언제나 내 의견과는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내 주변에 꼭 배치해두곤 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야 내가 실수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국회는 또 어떤가? 미국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이아코카는 미국 의회가 안이한 태도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그 법안이 가져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가 미국 의원들에게 던지는 충고 역시 남의 나라 얘기로 다가오지 않는다. “당신들이 할 일은 당신들이 통과시킨 법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평가하는 일이오. 당신들이 지난 3년 동안 통과시켰던 법안 수백 개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결과를 보고하시오.”

이 책이 어디까지나 미국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였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예컨대 아이아코카는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사실상 보호무역에 가까운 정책을 펴고 중국과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런 일부분을 접어놓고 보면, 이 책은 당뇨병 치료약 연구개발을 후원하는 재단을 운영하며 리더십 육성에 힘쓰는, 전설적 기업인 출신 노(老) 현인(賢人)의 남다른 통찰로 가득하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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