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들의 말에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이미 승부가 알려진 상황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자 지명대회장에 들어서던 이해찬 후보는 기자들에게 “감옥에서도 있었는데 두 시간 못 앉아 있겠어?”라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는 패배한 뒤 ‘눈물을 보였다’는 기사가 나온 것에 대해 “내가 울었다고? 아니야, 잘못 봤어. 나 울지 않았어”라고 말했다.

치열했던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은 후보들의 별명마저 바꿔놓았다. ‘개성 동영’이라 불리고 싶었던 정동영 후보는 참여정부의 공만 취한다며 ‘곶감 동영’으로 불렸고, ‘손주몽’이라 불리기를 원했던 손학규 후보는 탈당 이력 때문에 ‘손학새’가 되었다. 정책과 숫자에 밝다는 의미로 ‘숫자 해찬’으로 불리길 원했던 이해찬 후보는 화를 잘 낸다고 해서 ‘버럭 해찬’으로 일컬어졌다.

어쨌든 승부는 끝이 났다. 이제 다시 별명을 고쳐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후보자로 결정된 후 반대 세력을 품으려 사정사정하고 다니는 정동영 후보는 ‘사정 동영’이 적당할 것 같다. 정 후보의 끌어안기에, 한나라당에서 탈당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빈털터리가 된 ‘빈손 학규’와 친구라고 부르지 말라면서 절교 선언까지 하며 생각의 차이를 드러냈던 ‘차이 해찬’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사정 동영’이 100년 정당 열린우리당을 깨고 신당을 창당한 것에 대해 화가 나 있는 ‘분노 무현’을 어떻게 달랠지도 관심사다. 노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무안 희정’은 참평포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 후보가 반성과 새로운 각오를 밝혀야만 미래를 열 수 있다. 그런 미래가 있어야 마음이 갈 수 있지 않겠나”라며 정 후보를 무안하게 했다.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이들의 성을 딴 ‘정문이’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지지율 오르기를 열심히 빌고 있는 ‘주문 국현’이나 ‘사정 동영’과 달리 ‘판이 인제’는 예상과 달리 단일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범여권이 계속 자중지란을 겪는 가운데, 높은 지지율에 안이해진 캠프 때문에 ‘안이 명박’은 갖가지 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이 무산된 데 이어 ‘차떼기’ 주역인 최돈웅씨를 상임고문에 임명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당직자들을 숙청한 것에 대해 ‘타박 근혜’로부터 “저를 지지한 사람들이 죄인인가요”라는 면박도 들어야 했다. 

진보 후보인 권영길 후보도 고민이 많다. 언론 보도도 미흡하고 지지율도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구권 영길’에 무심한 것은 언심(言心)이 ‘내심 상정’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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