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안창호 선생. “안창호씨를 존경한다”라고 말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대선 직전까지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회장으로 있었다. 부회장에 한나라당 의원이 대거 포진하면서 “윤봉길 의사가 한나라당 소속이냐”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회장은 현재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이 맡고 있다. 역대 회장은 모두 정치인 몫이었다. 초대 회장은 김용태 전 공화당 원내총무. 이후 곽상훈 전 국회의장, 박순천 전 의원, 김덕룡 전 의원, 이명박 대통령으로 이어졌다.

 

ⓒ연합뉴스19일 서울 효창원 윤봉길의사 묘전에서 열린 매헌 윤봉길의사 74주기 추도식에서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06.12.19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민자당 대표 시절 ‘매헌 윤봉길 의사 의거 제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은 기념사업회를 정치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도구로 생각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충남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인 윤 의사를 이용해 충청권 표심을 얻으려 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안창호 선생을 숭모하는 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은 백낙환 인제학원 이사장이 맡고 있다. 하지만 백씨의 부친 백붕제씨는 조선총독부 관리 출신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돼 있다.
서울 효창동에는 백범기념관이 있다. 백범기념관의 소유권은 국가보훈처에 있고, 백범김구기념사업회가 위탁 관리한다. 그런데 기념관에서 주로 정치단체의 대관 업무 이외에는 별다른 추모 사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획 전시 등 백범을 추모하는 기념관의 기본적인 구실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1963년 설립된  ‘안중근의사숭모회(이사장 황인성)’의 초대 이사장을 지낸 윤치영씨는 대표적인 친일파 인물이다. 윤씨는 일제 침략전쟁을 찬양해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윤씨의 형제들은 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내는가 하면 일본군 기병 중장을 하기도 했다.

숭모회 이사장을 맡았던 이은상, 백두진 등도 친일 경력이 구설에 올랐다. 이후 숭모회 이사장을 맡은 이들은 안 의사의 정신에 부합한다기보다는 권력의 양지만을 좇은 사람이 대다수다. 이에 대해 숭모회 측은 “안 의사는 이념가가 아니라 평화주의자다. 안 의사가 숭모회 분들의 친일에 대해 이해해주실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준혁 사무총장은 “여러 기념사업회에 독립운동가 정신과 배치되는 수구·친미 세력이 앉아 있다. 기념사업회에 간판과 명함만 있고 기념사업은 실종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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