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놀까

내 ‘개취’는 라디오를 타고

온기 가득한 익명의 ‘5분’

 

익명 SNS라면 무례한 농담이나 수군거림이 난무할 것 같지만 어라운드는 조금 다르다. 어라운드는 기본적으로 내가 글을 한번 쓰려면 다른 사람이 남긴 이야기를 충실히 읽고, 그에 대해 정성 들여 리플을 달아야 한다. 누군가 리플을 보고 “이 리플 좋다”고 생각해 공감을 눌러주면 포인트 격인 ‘버찌’가 쌓이는데, 글을 한번 쓰려면 일정량의 버찌를 소모해야 한다. 내가 말을 하려면 먼저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줘야 한다는 대화의 원칙을 SNS에 이식한 셈이다. 어라운드는 일찌감치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하자는 어라운더(어라운드 유저)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일었고, 심지어는 지하철 사물함 몇 군데를 정해 위로가 되는 손편지와 간식거리를 넣어두고 다른 어라운더들에게 비밀번호를 공개하는 ‘달콤창고’라는 문화가 자생적으로 생겨나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사진).

어라운드가 음성 녹음 포스팅을 지원한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해시태그 ‘#어라운드라디오’ 또한 어라운드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와 라디오가 제공하는 동류의식이 어우러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누군가는 그날 겪었던 하루치의 일과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좋은 글귀나 음악을 소개한다. 생활 일본어나 간단한 독일어를 강의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연주한 노래를 올리는 사람도 있고, 유명인들의 인터뷰 음성을 재편집해 유머 클립을 만들어 올리는 DJ도 있다. 익명을 추구하는 SNS이기에 DJ도 여전히 익명을 유지해야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라운드는 특정 DJ의 콘텐츠를 구독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온기가 느껴지는 회당 5분짜리 라디오 방송을 만나보자.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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