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함석헌의 사상을 철학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명현 위원장은 이 물음에 “(함석헌이) 상식적인 얘기를 한 것이지 학문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라며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씨알사상연구소 박재순 소장이 이번 세계철학대회에서 함석헌(사진)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발표를 자원한 사람이 22명이나 됐다. 세션의 최소 구성인원 5명을 훨씬 넘어선 큰 호응이다.

박재순 소장은 이번 세션에서 ‘동서 문화의 만남으로서 함석헌 철학’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그는 서양의 기독교 사상, 이성철학, 민주주의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한국적 사상으로 적용한 함석헌 선생의 이론에 대해 “주체성과 상생적 평화의 전체성이 결합되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같은 세션에서 함석헌의 스승 유영모에 대한 발표를 맡은 이기상 교수(한국외대 철학과)는 “한국 지식인으로서 느낀 당시의 문제의식과 실제로 이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들의 철학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함석헌에 대한 평가가 분분한 것은 그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제도권 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세계는 함석헌 철학에 주목한다. 유럽의 한 교수는 함석헌 사상이  변증법적 지행합일을 이루는 점, 쉬운 표현 속에 심오한 생각을 담은 점, 삶과 현실 속에 질문을 던진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그를 ‘20세기의 소크라테스’라고 칭하기도 했다.
한국 사람의 독특한 ‘신관’과 ‘인간관’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함석헌의 사상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철학으로 주목되고 있다.

기자명 박근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