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에이트〉에서 박선(배두나·사진)은 대기업 부사장이자 한국 굴지의 기업 CEO인-이제는 영화에 안 나오면 섭섭하기까지 한-이경영의 딸이다. 박선은 박중기(이기찬)의 누나이자 〈센스 에이트〉의 ‘무림인’을 담당하고 있다.

박선은 〈센스 에이트〉에서 감정 표현이 전혀 없는 인물로 나온다. 다만 그녀는 어머니와의 분리가 이루어지는 순간, 아버지가 친족 살해를 당하는 순간, 즉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만 슬픔을 느낀다. 박선은 분노를 ‘신체’로 표현하는 여성으로 그려지며 8명 멤버 중에 가장 싸움을 잘한다. 나중에 케냐에서 (반담의 몸에 들어가) 갱스터들을 상대로 10대1로 싸워 이기기도 한다. 8명의 다국적·다정체성 무리 중에 동양인 여성의 신체가 가장 강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은 워쇼스키 작품에서 매우 독특한 지점을 갖는다.

박선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딸’을 모른 체하고 ‘아들’에게만 집중하는데, 박선은 아버지의 그 점을 항상 못마땅해하면서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동생은 네가 돌봐야 한단다”)을 계속해서 지키려고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어머니가 죽고 모성을 이어받은 ‘장녀’의 모습을 보이며, 8명의 캐릭터 중 가장 정신분석학적으로 들여다볼 만한 인물이기도 하다.

박선은 아버지에게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이며, 남동생은 이런 박선에게 빈 어머니 자리를 대입하고 자신은 ‘아들’의 입장을 취한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 박선이 (남동생이 저지른 비리를 덮기 위해) 감옥에 가게 된 후에 겪는 여성들과의 연대감은 전부 ‘가부장적 질서하에 상처 입은 여성들과의 교감’에서 비롯된다. 워쇼스키가 가지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는 단 하나로 연결되는데, 그것은 “가부장적 질서하에서 피해받는 여성들이 숨 쉬는 나라”다.

ⓒNetflix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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