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키다리 게스트하우스는 눈에 띈다. 크고 화려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크고 화려한 호텔과 모텔 사이에 소박하게 서 있어서다. 특이해서 사진을 찍고 가는 사람이 많다. ‘호텔이나 모텔이 아닌 저런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키다리 게스트하우스는 주인장 김병주씨가 어릴 적 살던 집이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후 집이 넘어갈 뻔하기도 했지만 형제들이 십시일반 모아 빚을 갚아나가면서 이 집을 지켰다. 가족회의에서 집을 의미 있게 활용해보자는 의견이 모여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기로 했다. ‘말썽쟁이’였던 막내 김씨가 이 어려운 소임을 맡았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와서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살던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며 사람 사는 정취를 만드는 것이 ‘부모님에게 드리는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 물어가며 공사를 시작했다. 2013년 말 내려와서 3개월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처음에는 조금만 손보려 했는데, 하다 보니 리모델링 수준의 공사가 되었다. 점점 더 나은 시설을 요구하는 이용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방마다 욕실과 화장실을 설치했다.

ⓒ시사IN 고재열

게스트하우스 운영 노하우는 당연히 없었다. 게스트하우스 특유의 문화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개업하고 다른 게스트하우스 주인장들이 일러준 방식대로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그는 “게스트하우스를 처음 열었을 때 파티를 두 번 정도 주관해보았다. 나랑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멍석을 까는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그 뒤로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옥상을 바비큐장으로 활용하라고도 조언했지만, 그러면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질 것 같아서 만들지 않기로 했다.

주인장은 귀차니스트였다. 손발이 게으르다는 뜻이 아니다.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일을 만들지 말자는 주의다.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어울리는 것,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에는 맞지 않는 성격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자신의 성격대로 운영하자 자신과 비슷한 숫기 없는 성격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그 덕분에 키다리 게스트하우스의 공용 휴게실은 떠들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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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의 운영 철학은 ‘과도하지 않은 친절’이다. 과도한 친절로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적당히 선을 지키는 게 더 낫고 자신의 성격과도 맞는다는 것이다. 그는 “단골이 와도 반갑게 맞이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동안 서로 대화하는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같이 술을 거하게 마시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정을 느낄 수 있다. 하룻밤을 보내고 형·동생 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이도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침대 개수 총 33개…대가족 와도 걱정 없어요

주인이 편해야 손님도 편하다는 소신을 가진 주인장은 “게스트하우스가 모텔과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과 손님이 서로 얼굴을 마주한다는 점이다. 모텔은 카운터 뒤에 숨을 수 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서 이걸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계속 긴장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냥 주인의 캐릭터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배려를

ⓒ시사IN 고재열

하려면 끝도 없지만 안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나는 내가 편한 방식을 택했고 그것이 손님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이곳에서는 조용한 배려가 느껴진다. 6인실이라도 4명이 일행이면 4명만 받고 남은 침대는 비워두는 식이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손님을 신경 쓰는 이런 배려 덕분에 단골도 많이 생겼다. 얼마 전에는 타이완 여성이 왔는데 조용해서 좋다며 ‘별 여섯 개를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본래 주인장 키가 커서 키다리 게스트하우스라고 이름을 지었다는데 게스트하우스 자체도 키가 크다. 층고가 높아서 복층형으로 침대를 배치했다. 1층에 방이 2개, 2층에 방이 6개가 있고 침대 개수는 총 33개다. 목재로 마감 처리가 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이다. 특히 공동 휴게 공간이 마룻바닥으로 되어 있어서 어린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다. 이 게스트하우스에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이유다. 주인장은 “삼대가 같이 오는 손님도 간혹 있다. 어르신은 어르신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 편하게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주소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12번길 39

홈페이지 www.kidarihouse.com

체크인 오후 2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조식 제공 식빵, 달걀, 잼, 커피, 주스

주인장이 추천하는 곳 해운대 해수욕장(도보로 5분), 동백섬(도보로 10분)

20자평 주인장처럼 키가 큰 복층형 게스트하우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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