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있게만 한다면 영미권 코미디언이나 토크쇼 호스트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1년은 족히 쓸 수 있겠지만, 주어진 지면에는 한계가 있고 〈시사IN〉도 딱히 그런 기획을 인가할 것처럼 보이진 않으니 몇 명만 간단하게 훑고 지나가보자.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웃음기 많은 막내였던 지미 펄론(사진 오른쪽)은 어느덧 심야 토크쇼계의 선배인 〈투나잇 쇼〉의 호스트로 성장했는데, 여전히 상대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듣는 쪽이라기보다는 각종 게임으로 게스트들과 노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그가 〈투나잇 쇼〉에서 선보인 여러 게임 중 ‘성대모사 룰렛’이나 ‘감정적 인터뷰’ 같은 코너는 한국어 번역을 통해 많은 한국 누리꾼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립싱크 배틀’은 아예 스파이크 채널에서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확대 편성되기도 했다.

여성 코미디언들의 활약에 응원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를 검색해보자. 시카고의 코미디 클럽에서 함께 출발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를 지나 각각 〈30록(rock)〉 〈팍스 앤드 레크리에이션〉이라는 걸출한 시트콤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끈 두 사람은 미국 코미디계에 끊임없이 여성주의적 관점을 불어넣고 있다. 여전히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쇼 비즈니스 업계의 관행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며 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 둘은 한국 예능의 여성 혐오적 발언들에 지친 사람들에겐 ‘사이다’ 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

ⓒAP Photo

루저 정서를 짙게 품은 루이스 C. K.의 코미디도 한국 인터넷 공간에서 늘 사랑받는 레퍼토리다. 얼핏 보면 세상 모두에게 삐딱하게 구는 ‘모두까기 인형’ 같은 루이스이지만, 알고 보면 ‘성공한’ ‘백인’ ‘이성애자’ ‘비장애인’ ‘남성’인 자신을 가장 심하게 조롱하고 힐난함으로써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자신이 얼마나 개차반인지 쉴 틈 없이 고백하는 49세 배불뚝이 아저씨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하더라도 “내 삶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진 걸까” 걱정하지 마시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니까.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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