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 사건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주되게는 “학생이 ‘감히’ 선생님을 때리다니!” 정도의 반응이 반복되고, 정부의 대응도 ‘교권을 보호하자’는 정도에 머무르는 듯하다. 사회 변화로 심리적 문제가 있는 학생이 늘어났다는 또 다른 분석에는 현실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적 소수에 대처하면 된다는 결론에 빠지기 십상이고, 학교의 문제는 논하지 않게 된다. 그나마 최근에는 기간제, 여성 교사 등 특정한 약자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려는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진전이랄까.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을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폭력의 순간에만 주목하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학생들이 수업 참여를 소극적으로 거부하고 학교의 ‘지시’나 ‘규칙’에 따르지 않으려 하는 장면들은 더 많이 존재한다. 폭행은 하나의 돌출점일 뿐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학생들에게 학교의 의미와 위상이 낮아졌다는 것, 그런데도 학교 교육은 여전히 강제되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

이미 다수의 학생들에게 학교 교육이 그다지 의미 없는 것으로 다가오고 있다. 학교에서 별로 재미나 유용성을 느끼지 못하며, 학력으로 소득과 지위가 보장된다는 기대조차도 약화되면서 학교의 의미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학생 처지에서 보면 학교 교육에 참여할 이유가 거의 없다. 수업이 너무 어렵고 이해할 수 없다는 학생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학교를 벗어나는 데 대한 두려움은 남아 있다. 심지어 한국은 고교 수업시간을 비롯해 전체적인 학습시간과 부담이 과도하다. 결국 학생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하루 8시간 이상 ‘갇혀서’ 강제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구조적인 폭력일 수 있다.

ⓒ박해성 그림

학교 교육이 구조적 폭력이라면, 교사는 그러한 폭력을 구현하는 사람이 된다. 출석을 확인하고 수업 참여를 요구하는, 교사로서는 당연한 업무가 학생들에게는 폭력이자 강요가 되는 것이다. ‘교권’을 업무상의 권한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 업무의 정당성에도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 지난해 말 경기도 이천에서 일어난 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이 무단결석 처리에 불만을 품은 것이 계기였다는 것은 그냥 넘길 부분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교사가 더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청소년운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이런 사건에 대해 “교사가 학생에게 도를 넘은 모욕감을 줄 때가 많다. 체벌이나 소지품 검사 등 인권침해, 비합리적 조치 등을 당했을 때 ‘욱’해서 우발적으로 충돌하는 경우를 몇몇 봤다. 가끔은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한다. 학교나 교사의 폭력은 대개 ‘정상적 활동’으로 포장되고, 이런 ‘선빵’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만이 노출된다. 정치적 권력을 갖지 못한 학생들의 반발은 신체적 폭력의 모습을 하고, 성별·위계 등에서 비교적 약한 대상에게 향하기도 쉽다. 힘의 논리로 꾸려져온 학교에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과거보다 나아졌다지만…여전한 학생인권 침해

감정 노동자들이 고객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몇몇 ‘진상 손님’에게만 원인이 있지 않다.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기업, 그리고 고객이 불만을 품게 하는 환경의 문제가 더 크다. 학생이 ‘고객’은 아니나, 지금의 학교 교육이 교사 노동자 개개인에게 구조의 문제점과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라는 점은 유사하다. 교사들은 강제 수단으로든, 쇼를 보여주든 학생을 붙잡아 학교 교육을 유지해야 하는 과중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므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을 예방할 방법은, 교사들이 직간접적 폭력을 가해야 하는 상황, 학생들에게 의미가 없는 교육이 강요되는 상황, 그런 학교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며칠 전에 만난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개학하자마자 학교에서 교사에게 맞은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이라는데도 사실상 야간자율학습 참여를 강요당하는 사례도 듣게 된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학생인권 침해는 계속되며, 학교 교육 자체가 인권침해인 면도 있다. 학교 교육의 폭력성에는 침묵하면서 학생의 교사 폭행에 대해서만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이야말로, 그런 폭행 사건들이 계속되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기자명 공현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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