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지음환경운동연합 옮김추수밭 펴냄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또 이런 책인가 싶었다. 제목이 좀 식상하지 아니한가 말이다. 그래서 책장 한구석에 꽂아놓았는데, 날씨가 워낙 뜨거워지니 어떻게 살아남을까 한번 펼쳐봤다.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읽기에 부담 없고 은근히(?) 재미있기까지 하다. 진작 읽을걸. 제목의 ‘뜨거운 지구’는 온난화한 지구, ‘유쾌한 생활습관’이란 지구온난화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이다.

순서와 상관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은데, 필자는 요즘 개인 관심사인 자전거 타기 부분부터 읽었다. 책에 따르면 100만명이 1주일에 한 번씩 8km 정도를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이동하면 연간 이산화탄소를 10만t 줄일 수 있다. 건강 면에서도 매일 하루 30분씩 자전거를 타면 수명이 4년 늘어난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셈. 다음 인용은 자전거가 자전거 그 이상이라는 걸 잘 보여준다.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선택한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일과 같습니다. 탄원서도, 서명운동도, 정치 지도자에게 지구온난화에 대응을 하라고 요청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전거 위에 앉았다면 이미 당신은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한 것이니까요.” 그래도 승용차를 굴려야 한다면, 지금 타는 자동차를 친환경 차로 바꿀 수 있다. 어떻게? 급출발과 급제동을 피하고 공격적인 운전을 삼간다.
 
공격적인 운전 습관은 안전 운전보다 연료 소비를 30% 이상 늘리고 독성 물질도 5배나 많이 배출한다. 시속 90km로 운행하면 시속 100km일 때보다 연료를 15% 아낄 수 있다. 10초간 공회전하면 시동을 끈 뒤 재시동할 때보다 연료 소비가 많아진다. 타이어 공기압이 줄어들면 연비가 감소하므로 늘 점검해야 한다. 무거운 차일수록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니 큰 차는 되도록 구입하지 않는 게 좋다. 운전자 100만명이 하루만 차를 집에 두고 나와도 이산화탄소 발생량 2만t을 줄일 수 있다.

사막화 대비해 애완용 낙타 입양?

사뭇 분위기 넘치는(?) 실천 방안도 있다. 목욕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라는 것.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아주 멋지게, 뜨거운 목욕을 하라”는 에로틱하게 들리는 조언인데, 전 지구적 물 부족 상황에 대처하는 연인 또는 부부의 자세라 하겠다. 온수 시스템은 가정 에너지 소비의 4분의 1 정도나 차지한다. 그래서 욕조의 온수 온도는 조금 낮추는 게 좋고, 욕조 목욕보다는 샤워가 물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BMW 제공급출발과 급제동만 피해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오른쪽은 수소 자동차.
77가지 생활습관 가운데는 “이런 것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심한 것도 많다. 예컨대 종이가 아닌 온라인 청구서 이용을 신청하는 것이다. 종이를 만들고 인쇄하고 우송하는 데 드는 비용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서이다. 배고픈 지렁이를 키우라는 조언도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지렁이는 달걀 껍데기, 커피 찌꺼기, 과일 및 채소 쓰레기, 찻잎 등의 쓰레기를 소화해 천연 비료로 만들어주는 재활용업자이기 때문이다. 커피컵 싸개도 커피전문점에서 주는 걸 사용하기보다는 아예 자기만의 것을 하나 갖고 다니란다. 

이 책의 압권은 68번 항목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구 기후 체계가 완전히 망가지고 나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는지, 시니컬하게 안내한다.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물 위에 뜨는 집을 짓고, 더위에 대처하기 위해 땅굴을 파서 살거나 야행성으로 생활습관을 바꾸고, 사막화에 대비해 애완용 낙타를 입양하는 게 좋다는 것. 이 책에 나온 77가지 생활습관 가운데 나는 몇 가지를 당장 실천할 수 있을까?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자. 추천사를 쓴 영화감독 롭 라이너의 말대로 “당신이 만든 일상의 작은 변화는 지구를 구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된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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