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파리협정이 가리키는 미래


‘화석연료 시대’ 가고 재생에너지 몰려오네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의 시선

 

인도양의 몰디브와 태평양의 투발루·마셜제도·나우루공화국 등은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로 국토가 침수돼 향후 수십 년 안에 지도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몰디브는 국토의 평균 해발 높이가 1.5~2m인 데다 국민의 42%가 바닷가에 산다. 2009년에는 국토 침수에 대비해 인도와 스리랑카, 오스트레일리아에 땅을 매입해 이주지를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을 정도다.

이번 파리협정 체결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책임 문제가 난관이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파리총회)를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쓴 글에서,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선진국의 화석연료 남용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선진국이 개도국보다 더 많은 의무를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구호단체 옥스팜도 세계 소득 상위 10%가 온실가스의 절반가량을 배출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개도국이 선진국에 ‘기후 재원’ 요구하는 까닭

가뭄 등 기후변화 타격을 입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더 많은 기후 재원”을 요구했다. 제이콥 줌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선진국들은 2020년 이후 1000억 달러 이상의 기후변화 재원 마련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태양열이나 수력·원자력발전 등 비화석 자원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과 장비를 보유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런 설비와 기술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AP Photo2015년 10월 인도 뉴델리의 한 상점에 태양광 패널이 진열되어 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거리는 뿌연 연기와 스모그로 숨을 쉬기 힘들다. 출근 시간대와 저녁에는 더욱 심하다. 출퇴근용 자동차와 취사용으로 때는 나무 때문이다. 인도도 3억명가량이 여전히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만약 비화석연료를 강제한다 해도 개도국의 일반 가정은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선진국이 개도국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그래서 나온다.

세계은행은 〈충격파:가난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 관리〉라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오는 2030년까지 1억명이 추가로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빈곤층이 더 취약한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 수확 감소, 자연재해 증가, 질병 유행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농작물 수확량이 5% 감소함으로써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식품 가격이 12%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소득의 60%를 식비로 쓰는 빈곤층에 큰 부담이다.

가장 취약한 지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다. 인도에서만 2030년까지 농작물 감소와 질병 증가로 4500만명이 극빈층으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극빈층 증가는 전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유엔이 ‘기후변화가 가져온 첫 번째 전쟁’으로 지명한 수단 다이푸르 분쟁에서 20만명이 사망하고 난민 200만명이 발생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다”라고 말했다. 기후협약이 개도국들에게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면 세계 시민이 나서서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해 ‘공존’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 해결책일 것이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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