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 선발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을 한 달 정도 앞두고, ‘로스쿨 선택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인다. 지난 4월 초 대한민국의 로스쿨은 올해 10월부터 진행될 2009학년도 로스쿨 입학전형 방식을 발표했다. 그 중 핵심은 전체 25개 로스쿨을 2개 군으로 나눈 뒤, 각 군에서 한 곳에만 입학 지원서를 제출하게 한 것이다. 이로써 로스쿨 지원자는 최대 두 곳까지만 원서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처는 변호사직을 선택하려는 시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약하는 것일뿐더러 로스쿨 제도의 본질이라 할 ‘경쟁을 통한 법학교육’을 근본에서 부인한다. 심지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된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논의마저 나온다. 로스쿨 교육시장을 독점한 로스쿨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공급자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스템도 충분히 가능하다. 되도록 많은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게 하고, 합격 여부가 결정된 이후에 입학 희망자가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미국 로스쿨은 전부 이렇게 하고, 현재 국내 대학원도 대부분 그렇다. 이처럼 로스쿨 선택권을 덜 제한하면서도 문제를 풀 방법이 있는데, 굳이 더 제한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은 헌법 논리로도 문제가 많다. 로스쿨 선택권은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도 보장돼야 하지만, 합격한 뒤 실제 어느 로스쿨에 진학할지를 선택할 때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공급자 카르텔이 내세울 만한 반대 논리는 너무도 빈약하다. 입시 과정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점, 모든 로스쿨이 같은 날 입시를 치르는 방식 탓에 더 심한 카르텔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 정도다.
전자는 실제로 무슨 혼란이 있는지 입증이 필요하다. 후자는 같은 날 입시를 치르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그것이 힘들다면 특성화 분야 또는 지역에 따라 입시일을 달리하면 된다. 수십만명이 관련된 대학 입시와 겨우 2000명을 뽑는 로스쿨 입시를 동일시하는 것은 누가 봐도 난센스다.

공정한 경쟁은 뒷전, 치열한 눈치작전 불 보듯

석차의 논리로 보아도 문제는 심각하다. 지원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면 이리저리 옮겨가는 방식으로 결국 2000등까지 안전하게 합격하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 방식대로 하면 271등부터는 애꿎게 낙방할 수 있다. 2개 군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학교는 각각 서울대(가군, 150명)와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나군, 각 120명)이다.

공급자 카르텔이 빚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선 로스쿨은 서로 크게 경쟁할 필요가 없다. 자기 로스쿨에 지원한 시민을 최대한 붙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자는 원서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치열한 눈치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지원서를 내는 순간, 선택권은 25개에서 단 2개로 줄어든다. 2000명의 총입학 정원으로 시민의 변호사직 선택권을 제한했다면, 적어도 그 안에서는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옳다.

로스쿨은 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만들자고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경쟁을 통해서만 배출될 수 있다. 그런데 첫 번째 입시를 치르기도 전에 대한민국의 로스쿨은 스스로 제도의 기초를 허물었다. 예비 법조인에게 카르텔 만드는 방법부터 가르칠 작정인가?

기자명 이국운 (한동대 교수·법학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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