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놀까

역사와 박물관이 만나‘꿀잼’이 되다

이 전시 못 봤어? 그래도 괜찮아

 

뒤늦게 ‘덕통사고’를 당하면 좋은 점이 한 가지쯤은 있다. ‘밀린 떡밥’을 복습하면서 매번 새롭게 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역대 기획전도 일종의 ‘끝없이 밀린 떡밥’이다. 촘촘한 구성이 빛났던 예전 전시 세 편을 소개한다. 이제는 볼 수 없다고 아쉬워 말자. 1층 서울역사자료실에서 지난 전시 도록을 열람할 수 있다. 맘에 드는 도록이 있다면 뮤지엄숍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도록의 PDF 파일 다운로드(!)도 지원한다.

〈잘 가, 동대문운동장〉(2014년 5월30일~7월13일) 이제는 이름만 남은 서울 동대문운동장의 모든 역사를 다룬 전시. 조선 시대 군사시설인 하도감에서 일제강점기 경성운동장으로, 해방 후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으로 변모해오다 철거된 운명에 대해 말한다. 마운드의 흙도 전시했다. 도록은 A4 크기의 판형에 전시 내용을 흙 빼고는 다 담았다. 단순히 모든 전시물 사진과 캡션을 수록한 것이 아니라, 전시 공간 디자인을 책 디자인으로 훌륭하게 바꿔냈다. 도록에는 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논고가 실려 있으니 꼭 읽기 바란다.

〈아파트 인생〉(2014년 3월6일~5월6일) 살기 위해 혹은 사기 위해 아파트를 좇는 사람들, 아파트를 짓기 위해 쫓겨난 사람들, 아파트가 고향인 ‘아파트 키즈’가 주인공이다. 대표적인 강남 중산층 아파트인 서초구 삼호아파트 33평형 한 세대를 그대로 재현했다. 도록은 신국판보다 조금 큰 크기로 소설책처럼 생겼다. 전시 기간 관람객에게 받은 손글씨 관람 후기를 뒷부분에 수록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본방 놓치고 불판(방송 도중 시청자들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는 게시물)을 복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Made in 창신동〉(2013년 5월30일~7월21일) 서울의 의류 생산 메카이자 서민 주거 지역인 창신동의 지역 특성과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다룬 전시. 화려한 동대문시장에 가려져 있던 창신동과 창신동 사람들을 재조명한다. 그간 서울역사박물관이 발행한 도록 중 가장 특별하다. ‘창신동’이 주인공이자 화자인 동화책이다. 창신동의 역사를 이야기처럼 들으며 동네 곳곳을 둘러보는 느낌이다. 어린이 혼자 읽기에는 다소 단어가 어렵지만,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는 동화로는 훌륭하다.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