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보면 “어린이의 참상은 어머니가 동정하고 젊은 남성의 참상은 젊은 여성이 동정하지만 늙은이의 참상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놀라운 관찰력이다. 그런데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는 젊은 남성의 참상 또한 젊은 여성이 돌보지 않는다(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좀 남루해도 상대방의 미래가 희망적이어서 적어도 자식을 낳고 교육시킬 보금자리와 생활 여건을 함께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모르겠지만, 그 전망이 도무지 보이지 않으니, 젊은이들이 서로를 외면하는 것이리라.

물론 모든 노인과 청년이 비참한 처지에 놓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참상’의 규모는 이 사회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여러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청년들의 참상에서 유래하는 저출산은 인구 절벽을 야기하여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의 장기 존속 가능성을 위협할 지경이 되었다. 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 반목과 갈등 역시 개인을 넘어 사회적·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두 세대의 문제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말하자면 청년 세대의 참상은 노인이 돌보고, 노인 세대의 참상은 청년이 돌보는 데 합의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 왜 그런지 보자. 노인 문제의 경우, 그동안 연금 등 노후보장제도가 미흡해서 은퇴 대비책이 주로 개인적 저축이었다. 그 저축 중 80% 정도가 부동산 부문에 축적되어 있다. 즉, 평생 모은 돈으로 산 부동산을 노후 생계비로 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실현되려면, 장차 그 집을 사거나 빌릴 사람이 충분히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일본의 사례에서 증명된 바와 같이 인구가 급감하고 젊은 세대의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택 가격은 하염없이 떨어질 뿐이다. 부동산을 통한 노후 생계대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필자가 계산(지난 10년 동안 평균 합계출산율인 1.2보다 높은 1.42를 적용)해본바, 현재의 추세대로 가면 지금부터 90년 뒤인 2100년에는 2700만명 정도다. 1945년 광복 직후 남북한 인구를 모두 합친 수보다 적다. 장차 이런 식으로 국토 전역이, 몇 집 건너 한 집이 비어 있는 유령도시처럼 변할 것인데, 부동산 가격을 논해서 뭣하겠는가? 하긴 땅값 문제 훨씬 이전에 인구 격감에 따른 디플레이션으로 한국 경제는 거덜나고 말 것이다. 결론적으로 청년들이 살 만해야, 즉 결혼해서 입주할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고, 자녀 두 명 정도에 대해서는 양육과 교육을 감당할 만한 자신감을 가져야 노인들의 참상도 차단할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와 관련해 국민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

노년층으로 진입할 시기가 머지않은 시민들은 청년을 돕는 것이 자신을 돕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어떻게 도울 것인가? 예컨대 ‘예비 노년층’들은 매년 쌓이는 국민연금 적립금의 10% 정도로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에 동의하면 된다. 이 사회투자기금은 앞으로 약 20년 동안 젊은 세대가 일상적 생활을 영위하고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의 재원에 무이자로 사용될 수 있다. 젊은이들이 입주할 수 있는 안락하고 값싼 공공임대주택, 탁아소, 유아원, 학교 시설 등이다. 이런 방식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면, 국민연금 처지에서도 보험료를 낼 시민들이 증가하게 되므로 이자 손실보다 더 큰 이득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 청년 세대의 참상이 다 제거되지는 않겠지만 아름다운 사회적 연대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사람들에게 줄 것이다.

최근 KDI의 여론조사에서 급격한 고령화와 관련해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로 나타났다. 기금이 고갈되고 장기적으로 보험료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하는 것은 결정적으로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 급감이 원인이다. 인구 구조가 안정되고(인구가 감소해도 우리처럼 경착륙이 아니라 적어도 연착륙하고) 경제가 번영하는 나라에서는 보험료가 급증하거나 연금이 삭감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한편 노인 세대의 참상을 줄이려면 기초연금을 강화하는 길이 절실하다. 향후 10년 내에 하위 70%가 아니라 모든 노인에게 지금 화폐가치로 40만원까지 기초연금을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동의해줄까? 필자는 희망적이다. 청년 세대의 참상에 대한 (미래) 노인 세대의 배려는 거꾸로 노인 세대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배려를 이끌어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명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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