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학자들이 캠프의 주축을 이루면서 문국현 캠프의 회의(위)는 학회 분위기로 진행된다.

술·담배·골프를 안 하는 문국현 후보는 ‘백면서생’ 이미지다. 그러나 이런 인상과는 다르게 그는 만만치 않은 마당발이다. 그의 인맥은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에 뻗쳐 있다. 그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 회장,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 스티븐 코비 박사 등과 교우 관계를 맺고 있다. 잭 웰치 회장은 그를 ‘내가 본 최고의 CEO’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CEO 출신답게 문 후보는 친한 재계 인물이 많다. 남승우 풀무원 대표, 남중수 KT 사장, 이재희 인천공항공사 사장,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 신현우 동양제철화학 부회장이 문 후보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재계 인물들이다. 풍부한 재계 인맥 덕분에 대선 후원금은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문 후보는 포럼 형태의 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는데, ‘창조경제 포럼’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그는 ‘윤경 포럼’ ‘CEO 지속가능경영 포럼’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포럼은 바로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다. 문 후보가 자신의 멘토로 생각하는 경제학자는 피터 드러커 박사이다. 유한킴벌리 사장 시절 피터 드러커의 경영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현장과 이론을 접목하려 했던 그를 많은 경제학자들이 따랐다. 신봉호(서울시립대 경제학)·김태동(성균관대 경제학)·윤원배(숙명여대 경제학)· 홍종학(경원대 경제학)·장영철(경희대 경영학)·조우현(숭실대 경제학) 교수 등이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신봉호·김태동·윤원배 교수는 김대중 정부의 경제 정책에 관여했던 중경회 출신이다. 이들은 ‘미래경제사회 포럼’을 중심으로 문 후보의 경제정책을 다듬고 있다.

문 후보에게 CEO나 경제학자만큼 중요한 인맥은 오랜 시민운동을 통해 형성한 시민사회 인맥이다. 문 후보는 ‘생명의 숲 국민운동’ 등 환경운동에 열심이었는데, 오랜 동료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생명의 숲 국민운동’ 사무처장을 맡았던 김재현 교수(건국대·환경과학)는 캠프 비서실 차장으로 문 후보를 수행하고 있다. 지방의 환경단체 지도자들은 문 후보를 위해 지역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문 후보는 ‘생명의 숲 국민운동’ 외에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희망포럼, 아름다운재단, 뉴패러다임센터, 그린트러스트재단 등 다양한 단체에 관여했다. 여성계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운데, 최근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이 지지선언을 했다. 환경재단을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 단체들이 문 후보를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다. 올해 여름 환경재단이 주최한 ‘피스&그린보트’ 탑승 행사에 참가했던 소설가 천명관씨는 “행사와는 상관 없이 '문국현 띄우기'의 기류가 있었다. 최열 대표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은연중에 문국현 띄우기 분위기를 조성했다”라고 회고했다.

문 후보는 이처럼 폭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캠프 구성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이유는 문 후보가 처한 정치적 딜레마 때문이다. 문 후보가 당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나서서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의 붕괴 과정에서 여러 차례 탈당과 분당, 합당이 반복되면서 의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주요 정책 기획

문 후보의 우군이 되어줄 줄 알았던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들도 마찬가지 딜레마에 처해 있다. 현실정치에 참여하려던 활동가들은 이미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으로 참여한 상황이라 운신의 폭이 좁다.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오충일 목사처럼 슬쩍 지지를 표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당 밖의 인물에 대해 공개 지지선언을 하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희망제작소 안진걸 사회창안팀장은 "심정적으로는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지는 활동가들이 많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대선시민연대' 할동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캠프의 빈틈을 메우고 있는 사람은 정범구 전 의원, 이근식 전 프레시안 대표(이상 캠프 고문) 이두엽 전 새전북신문 사장(특보) 등이다. 이들과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이 정무적인 판단을 돕고 있다. 이 중 김전소장의 캠프 합류는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그가 지지율 1% 내외의 약체 후보인 문국현 사장을 선택한 이유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문국현 캠프의 이계안 의원·정범구 전 의원·최열 환경재단 대표·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김영춘 의원·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맨 왼쪽부터).

여러 참모 중 문국현호의 1등 항해사는 이계안 의원이다.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인 이 의원은 ‘물 만난 고기’처럼 매일 아침 캠프 회의를 주재하며 사실상 캠프를 이끌고 있다. 원혜영 의원도 일찌감치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예산결산위원장을 맡고 있어 드러내놓고 활동을 하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문 후보가 공을 들이고 있는 거물급 영입 대상은 바로 한명숙 전 총리다. 문 후보는 한 전 총리와 그녀의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와 두루 친분을 맺고 있다. 한 전 총리와 함께 강금실 전 장관 영입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김영춘 의원이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면서 이런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과 함께 모바일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였던 ‘엄지클럽’ 소속인 이인영·임종석·우원식·최재성 의원 등이 결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월12일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이계안 의원과 만난 이상민·우원식·문병호 의원도 앞으로 문국현호에 탑승할 의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을 따랐던 최재천·제종길 의원도 조만간 문 후보와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가 주목받으면서 정치 지망생들도 속속 몰려들고 있다. 이 중 주목해볼 만한 사람은 부대변인을 맡은 장유식 변호사나 사진 자료를 담당하는 천호영씨, 김두수 전 열린우리당 중앙위원과 같은 사람이다. 이들의 가족 때문인데. 장유식 변호사의 부인은 서영교 청와대 춘추관장이고 천호영씨의 형은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다. 김두수 전 위원의 형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다. 부부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장 변호사는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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