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이철기 교수(위)는 “대통령은 YTN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고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 장악 쿠데타’가 본격화했다. 공수부대를 투하하듯이 언론특보단을 주요 언론기관과 방송국에 낙하산으로 속속 투하해 점령을 시도하는 중이다. 급기야 특보 출신인 구본홍씨를 낙하산에 태워 YTN 장악에 나섰다.

YTN 노조와 사내 구성원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어떻게 지켜온 YTN인가. 경영 위기 때는 몇 달씩 월급을 못 받기도 하고 외부의 각종 유혹과 압력을 이겨내면서, 이제 겨우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에게서 신뢰를 얻게 되었다.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오게 된다면, YTN은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어렵게 쌓아온 공정성과 신뢰감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될 것이다.

조·중·동의 왜곡된 시각으로 세상 읽어

명색이 YTN 시청자위원인 나로서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방송의 공정성은 시청자의 최고 권익이며, 공정 방송을 수호하는 일은 시청자위원의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정이 파행을 겪고 남북 관계가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데는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이 조선·중앙·동아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굴절되고 왜곡된 조·중·동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찌라시’는 조·중·동만으로도 지겹도록 충분하다. YTN을 ‘찌라시 방송’으로 만들고 모든 방송이 대통령 입맛에 맞는 소리만 한다면, 이는 대통령 자신을 더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언론이 정권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을 상실하면, 청와대는 ‘명박산성’에 둘러싸여 더욱 고립되고 정권의 무능과 부패는 더 가속화할 것이다.

언론을 정권의 나팔수와 홍보 수단으로 여기는 시대착오적 언론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일부 방송을 장악한다고 해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을 수는 없다. 군사독재 때나 겨우 가능할 법한 일이다. 이제 우리 국민은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의 구호와 그들이 든 피켓 문구에서 보여준 놀라운 창의성과 기발함을 보라. 1인 미디어가 등장하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직시하기 바란다. 기존의 제도권 방송 몇을 장악한다고 해서 어떻게 언론 통제가 가능하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제발 수준을 높이기 바란다. 자신의 골수 지지자들 수준에서 국민을 바라보지 말라.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이라도 하라. 그 첫걸음은 구본홍씨를 YTN 사장으로 앉히려는 시도를 중단하는 것이다.   

나라가 왜 이 꼴이 되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북한의 ‘벼랑 끝 외교’를 그토록 비난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우리나라 농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협상”을 했다고 자랑한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될 시점에 이르렀는데, 남한은 백주에 불붙은 가스통이 난무하고 선량한 시민이 폭행당하는 ‘깡패 국가’로 전락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YTN 사장 낙하산 인사를 비롯해 ‘언론 장악 쿠데타’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을 바라보면서 뼈저린 반성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하와이에서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될지 모른다.

기자명 이철기 (동국대 교수·국제관계학과)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