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백승기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2001년 7월2일자 조선일보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논리는 오래전부터 무력해졌고, 대중의 이성은 혼란에 빠졌다. (…) 국세청이 언론기업의 탈세 혐의를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3개뿐인 방송사가 모두 생중계하고 종일 그 뉴스로 화면을 뒤덮는 걸 보면 유태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나치의 대국민 선전 선동을 연상시킨다.” 그의 칼럼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덕분에 많은 이가 소설과 칼럼의 글쓰기가 왜 달라야 하는지를, “한 사람의 문인이 정치적으로 무지한 상태”에서 쓴 글이 “결과적으로 어떤 위험성을 가지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 문학계를 석권하다시피 했던 그의 문학적 글쓰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김정란씨는, 그가 자신의 소설을 통해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은 “3공화국의 모자라는 정통성을 포장하기 위하여 조작했던 영남우월주의에 기반한 반민주적 엘리트주의”였으며, 그가 누리는 인기의 비결은 그저 “교양주의”에 불과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소설가 이문열씨(사진)에 대한 얘기다. 지난 6월17일, 이문열씨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현 시국에 대해 발언했다고 한다. “불장난을 오래 하다 보면 결국 불에 덴다”라고. “대통령 지지도 10%대라는 여론조사에는 조작의 의혹이 있다”라고. “우리 사회에서 이상하게 네티즌이라는 게 무소불위의 정부 위에 있는 권력이 되어버렸다”라고. 포털에서 처음 이 기사를 읽었을 때만 해도, 나는 이 말들이 잠깐 떠돌다가 말 줄 알았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지난 10년간 안티조선, 시민단체 낙선운동, 문학 권력, 마광수 교수 사건, 페미니즘 등에 대한 이문열씨의 발언은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오늘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그의 사회적 발언에 정치하게 대꾸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다들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네티즌은 이문열씨의 발언을 성토하는 글을 각종 게시판에 올리는 한편, “이분은 그냥 시민이 나와서 정치에 간섭하는 자체가 싫은 것이다”라는 진중권씨의 발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다음 아고라에는 일찌감치 “교과서에 실린 ‘이문열씨 소설’ 삭제 바랍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어느 네티즌의 “이문열이 책을 들고 나와 이번 촛불집회에서 소각해줍시다”라는 글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문학작품을 태우는 짓은 해서는 안 된다”라는 자제의 글도 일부 보이지만 중과부적, 파장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문열씨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같은 때 또다시 그런 말을 꺼낸 데는 이유가 있을 터이다. 본인이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으며, 말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무릇 믿으면 거짓도 진실이 되는 법이다.

기자명 김홍민 (출판사 북스피어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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